연금저축상품은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총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세 가지 모두 세액공제는 동일하게 받을 수 있고, 과세되는 부분도 똑같습니다. 세제혜택과 노후저축 두 가지를 동시에 잡겠다는 고객들의 목적 또한 동일한 것이죠.
그럼 뭐가 다른 걸까요? 뭐가 제일 좋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주로 어떤 걸 가입할까요?
각 연금저축상품들의 장단점과 가입 시 주의사항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금융감독원
우선 다른 사람들이 어떤 걸 많이 가입하는지 보겠습니다.
위의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시면, 2016년 연금저축의 신 계약이 총 43만 건 가량인데, 계약의 반 이상이 보험이고, 나머지가 신탁, 펀드 순임을 알 수 있습니다. 2015년도 마찬가지로 보험이 반 이상이고 나머지 비중을 신탁과 펀드가 나눠 갖고 있네요.
다른 분들은 연금저축보험을 제일 많이 하시네요. 그럼 보험이 가장 좋은 걸까요?
금융감독원
하지만 해지 계약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2015년, 2016년 모두 연금저축보험을 가입하는 사람보다 해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연금저축보험은 가입도 굉장히 많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지도 그만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결과들이 나오는 걸까요?
세 가지 연금저축들의 차이점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세 가지 연금저축상품의 특징을 정리한 표입니다.
핵심이 되는 차이점은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과 그것에 따른 수익률입니다.
#1. 수익률
연금저축신탁과 보험은 적립금을 매우 안전하게 굴립니다.
- 신탁은 대부분의 자산을 채권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확정적인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국공채 등 안정적인 채권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안정형'이라고 해도 주식은 10% 미만이죠.)
- 보험은 시중금리에 연동한 보험사만의 금리(공시이율)가 있습니다.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면 역시 내려갑니다. 보험사 금리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일반적으로 조금 더 높습니다. 그리고 최저 보증해주는 이율이 있기 때문에 확정적인 이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신탁과 보험은 원금이 보장되지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낮은 편입니다.
반면에 연금저축펀드는 신탁과 보험처럼 원금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높습니다.
단순히 주식형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높은 것만은 아닙니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주식 비중을 늘려서 수익률을 높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주식 비중을 줄여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채권형 비중을 늘려서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는 등 유연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은 유럽 제일의 투자자 코스톨라니가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자해야 할 대상과 방법을 정리한 모형입니다.
언제나 경기는 돌고 도는 것이죠. 채권에 투자하기에 좋은 시기도 있고, 주식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도 분명 있을 겁니다.
연금저축펀드는 그 경기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계좌 안에서 다양한 펀드를 구입할 수 있고, 펀드 간의 이동도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펀드는 환매 시 환매수수료가 부과되는데 연금저축계좌 안의 펀드는 환매수수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다른 펀드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경제 흐름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수정하기가 용이한 것입니다.
이것이 연금저축펀드가 가지는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장점을 활용하는 것은 혼자서는 쉽지 않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주식이니 채권이니 머리 아픈 것들 투성이죠.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연금저축계좌 신 계약 중 80%가 안정적인 신탁과 보험입니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연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곁에 없다면 수익이 낮더라도 확정형으로 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 생각해봐야 할 차이점은납입방식과수수료 부과방식입니다.
#2. 납입의 유연성
연금저축신탁과 연금저축펀드는 납입이 자유롭습니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1월~12월 언제든지 연금저축계좌에 돈을 납입하면 됩니다. 극단적인 예로 11월까지 한 푼도 안 내다가 12월에 400만 원을 납입해도 66만 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급여 5,500 이하 기준)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매달 납입해도 되고, 그냥 목돈으로 한 번에 납입할 수도 있습니다. 납입을 하다가 지출이 많아서 생활이 빠듯한 달에는 더 적게 내고, 여유 있을 때 좀 더 넣을 수도 있겠죠.
혹은 예상치 못한 큰 지출로 생활이 궁핍해지고 저축이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때는 굳이 공제를 받기 위해 일부러 저축을 할 필요는 없겠죠. 이렇게 생활 형편에 따라 납입금액과 시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연금저축보험은 원칙적으로 매달 정기적으로 납입을 해야 합니다. 납입이 부담스러운 시기에도 납입을 꼭 해야 합니다. 유연하지 않은 납입방식은 많은 사람들이 연금저축보험을 해지하는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당장에 납입이 힘드니까 어쩔 수 없이 해지를 하는 것이죠.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4년 4월 이후부터 출시된 연금저축보험은 1회당 최대 12개월, 최대 3회까지 납부 유예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가입하신 분들은 납부 유예가 불가능합니다.
자유롭지 않은 납입 방식이 연금저축보험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한편으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축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강제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3. 수수료
연금저축신탁과 연금저축펀드는 모여진 적립금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수수료율은 1~2% 이내로 작은 편이지만 적립금이 커짐에 따라 계속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신탁은 적립금이 쌓이면서 수수료가 증가하지만 수익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펀드는 수수료가 증가하지만 그것 이상의 높은 수익률 기대할 수 있겠죠.
반면에 연금저축보험은 매월 납입된 보험료에서 수수료(예정 사업비)를 먼저 떼고 남는 금액을 적립합니다. 그 수수료가 초기에는 납입 보험료의 10% 정도로 상당히 큰 편이고, 점차 줄어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 20만 원을 납입을 하면, 2만 원 정도를 차감하고 18만 원을 약속한 이율대로 적립합니다. 18만 원이 원금 20만 원이 되려면 수익률이 10% 이상은 나와야 합니다. 현재의 이율로는 불가능하죠.
그래서 모든 연금저축보험은 대략 7년정도까지는 원금조차 되지 않습니다. 연금저축보험에서 제시하는 이율이 은행의 금리보다 더 높은 데다가 그것을 확정적으로 준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혹해서 가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높은 이율에는 그만큼 대가가 필요하겠죠. 그 대가가 높은 사업비입니다.
세 가지 연금저축상품들의 차이점과 특징들을 알아봤습니다. 수익률, 납입방식, 수수료 등 다양한 차이점이 있네요. 슬슬 머리가 아픕니다.^^
그럼 이제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세 가지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납입의 자유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연금저축은 은행 적금처럼 1~2년 납입하는 게 아니죠. 최소 5년은 납입하셔야 합니다. 1~2년 정도의 단기적인 미래는 계획을 미리 세워봄으로써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겠죠. 하지만 5년 이상의 미래는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형편이 좋아져서 더 납입을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저축을 해야 하는 연금저축을 오래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납입이 필요합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연금저축신탁과 연금저축펀드입니다.
#2. 수익성
2016년 신 계약 43만 건 중 34만 건이 안정적인 신탁과 보험계약이었습니다. 과연 연금계좌를 안정적으로만 운용하는 게 정답일까요?
노후자산은 단기에 쓸 자산이 아니라 30년 뒤에 사용할 자산입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물가입니다. 지금도 단기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게 눈에 선하게 보이는데, 30년 뒤면 어떨까요?
1960년에 짜장면이 처음 나올 때 15원이었다는데,, 지금은 몇천 원씩 하죠. 2050년에는 얼마나 할까요?
물가 상승률 3% 로만 계산해도 만 원은 쉽게 넘어갑니다.
과연 시중금리 정도의 수익률로 노후까지의 물가 상승을 커버할 수 있을까요? 젊어서부터 무조건 안정적으로만 운용한다면, 본인이 바라는 노후생활수준을 만들기 어려울 것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한번 보시겠습니다. 세 가지 연금저축계좌들의 지난 10년간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신탁은 10년간 수익률이 40%가 조금 안됐습니다. 1년에 4%가 안 되는 거죠. 이것은 지난 10년의 기준이고, 현재는 조회해 보니 1년에 2~3% 정도입니다. 시중금리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에 연금저축펀드를 보시면, 안전한 채권형으로 했을 경우 신탁, 보험과 비슷한 수익률이 나왔고 주식형, 혼합형으로 했을 경우 1년에 평균 10% 정도 수익률을 기록하였습니다.
높은 수익률은 연금저축펀드만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확정적인 것은 아니죠.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려면 중장기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경제상황과 금융시장의 변화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합니다.
#3. 안정성
사람마다 투자성향이라는 게 다릅니다. 투자자산의 비중을 늘려서 초과수익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욕심 안 내고 적당한 수익률에 만족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너무나도 불안한 상황이라면 강제적으로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야겠죠.
신탁과 보험은 늘 안정적이기만 하므로 만족합니다. (단, 보험은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에 한함)
펀드도 물론 고객이 원한다면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자산을 채권형이나 mmf로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성향이나 시장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납입의 자유, 수익성, 안정성 등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연금저축펀드 밖에 없습니다.
연금저축신탁과 연금저축보험의 + α가 연금저축펀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저축펀드 가입자 수는 굉장히 적죠. 2016년도 기준 10명 중에 2명만이 연금저축펀드를 가입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지만 펀드 투자라는 것이 고객들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투자는 쉽지 않습니다. 연금저축펀드도 혼자서 무작정 가입했다가는 보험, 신탁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십 년 동안 함께 관리해줄 믿을만한 재무, 투자컨설턴트가 필요합니다. 그런 전문가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연금저축은 무조건 펀드로 하시는 게 유리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연금계좌를 가지고 계신가요?
많은 분들이 노후저축, 세액공제 목적으로 가입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해지를 하고 있습니다. 혹은 해지는 안 하셨더라도 이걸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은 본인이 납입하고 있는 상품이 어떤 건지, 수익률은 괜찮은지, 내 재무 상황에 적합한 상품인지, 한번 점검받아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연금저축계좌는 해지 시 16.5%라는 높은 기타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기껏 모아 온 노후저축이 다른 목적으로 금방 사용되어버리겠죠. 정말로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고서는 현재 가입 중인 연금저축계좌가 마음에 안 든다고 무턱대고 해지하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연금저축 계좌 이전> 제도입니다. 연금저축은 신탁, 보험, 펀드 간에 자유롭게 계좌이체가 가능합니다. 계좌 이전은 해지가 아닌 계약 유지로 간주되어 세제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고, 기타 소득세도 내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