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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축왕 Sep 05. 2017

30년 뒤 짜장면은 한 그릇에 얼마일까?

여러분들은 저물가 시대를 체감하고 계신가요?


"내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 라는 말이 있죠. ^^;

실제로 여러분들의 연봉이 동결되더라도, 물가는 꾸준히 오를 것입니다..



위는 1997년과 2017년의 물가 차이인데요. 정말 많이 올랐네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이와 같은 속도로 오르지는 않겠죠?



현재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1~2% 정도입니다. 그렇게 느끼시나요?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발표되는 물가와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는 물가 간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습니다. 말로는 '저물가'시대라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체감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죠.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채소와 과일 값이 폭등했는데 저물가라니.. 인정할 수 없네요.




왜 그럴까요? 


▶ 우선 물가지수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고, 통계물가와 체감물가가 왜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물가상승률을 적용하여 미래의 물가를 한 번 예측해보겠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물가의 변동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경제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죠.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460개 품목의 가격을 가중 평균하여 산출하는 것입니다. 이 품목에는 식료품, 가정용품, 의류, 통신, 오락, 문화 등과 관련된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각 품목마다 가중치도 다릅니다. 소비자들의 지출액 비중이 큰 식료품, 주택, 전기, 가스 등에는 높은 가중치가 부과되고, 자주 지출하지 않는 선풍기, 피아노, 와인 같은 품목에는 낮은 가중치가 부과됩니다. 


그러면 소비지출 비중이 큰 품목들의 가격 변화가 전체 소비자물가 변화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지출 비중이 작은 품목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주겠죠? 그것으로 보다 정확하고 현실성 있는 물가를 계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과 가중치는 소비자들의 생활습관이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서 5년마다 개편됩니다.



수많은 커피전문점이 생겨나면서 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로 소비자들의 취향이 많이 변화하였죠. 그래서 소비지출이 미미해진 커피 친구 '커피크림'이 대표 품목에서 삭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종이책보다는 모바일이 익숙해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잡지'와 '사전'이 품목에서 삭제되었네요.


반대로 외식 때나 먹었던 파스타가 대중화되고,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 자주 담기게 되었죠. 그로 인해 '파스타면'이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 포함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해서 5년마다 품목을 삭제 및 추가하고, 가중치에도 변화를 줍니다. 그래야 보다 현실적인 물가지수를 계산할 수 있겠죠.



위 시대별 품목 변화를 보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근대화의 상징, 흑백 TV가 1966년에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 흑백 TV가 1970년에 대표 품목으로 선정되었네요. 하지만 불과 몇 년 뒤 컬러 TV가 나오게 되고, 흑백 TV는 1985년에 대표 품목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추억이 돼버린 삐삐, 낯설어진 유선전화와 공중전화요금 등이 제외되고, 스마트폰 발달로 인해서 스마트폰 이용료, 휴대폰 수리비등이 추가되었죠. 이것으로 지난 몇십 년 간 우리나라의 통신기술의 변화도 알아볼 수 있네요.









그렇게 체계적으로 계산된 소비자물가는 어느 정도일까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재 2% 수준입니다. 겨우 2%.. 생각보다 작죠.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이것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왜 체감물가와 통계물가가 차이가 날까요? 


그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알아보겠습니다.


첫째로,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당장 사야 하는 쌀, 야채, 과일 등 기본 생필품을 구입하며 물가를 가늠합니다. 그것을 장바구니 물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물가에는 그것들 이외에 상당히 많은 품목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괴리감이 큰 것입니다. 


중앙일보



예를 들어 그 품목에는 전세, 월세, 낚시용품, 캠핑용품, 애완동물사료 등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하지만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은 월세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월세로 살고 있는 사람은 전세 가격 변동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겠죠. 


그리고 낚시와 캠핑을 좋아해서 관련 용품을 자주 구입하지만 애완동물은 전혀 키우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 사람은 만약 애완동물 관련 용품의 가격이 많이 오른다 해도, 물가가 오른 것을 전혀 느낄 수 없겠죠. 그렇지만 반대로 낚시 캠핑 용품의 가격이 오른다면,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결국 460개 품목을 모두 구입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가 조금은 차이 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둘째로, 품목별 가중치도 괴리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가중치는 모든 가구의 평균적인 지출 비중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구마다 구성이 다르고 소비자마다 생활방식과 취미가 다르기 때문에, 그 가중치가 본인에게 정확하게 맞을 수는 없습니다.


한 예를 들면 '공연예술 관람료'의 가중치는 0.3으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참고로 '영화관람료'의 가중치는 1.8입니다.)  이는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공연예술 관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뜻이죠. 


하지만 분명 공연을 자주 보는 소비자들도 많을 겁니다. 이럴 경우에, 공연 관람료가 많이 오른다면 공연을 즐겨보는 사람들은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한 소비자물가지수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겁니다. 가중치가 낮으니까요. 다른 품목의 가격이 내려간다면 오히려 전체적인 소비자물가지수는 내려갈 수 도 있겠죠.




다른 이유도 볼까요? 


뚱뚱바


요즘 마트에 파는 과자를 생각해보세요. 

값도 점점 비싸지고 있지만, 양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대포장, 질소 포장은 여전하죠. 특히, 버 X링 같은 과자는 옛날과 다르게 낱개로 하나씩 포장해서 나옵니다. 질소를 가득 충전해서 과자의 손상을 막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서져도 좋으니 질소 대신 과자를 더 넣어주길 원하는데 말이죠.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싸게 받나요? 가격은 똑같죠.


단기적으로는 같은 값이더라도 양이 줄고, 재료가 줄었으면 실질적으로는 물가 상승으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양이 줄었다고 해서 실제 가격이 변한 것은 아니므로 통계에 물가상승으로 잡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로 사람들의 심리와도 관계가 있는데요. 사람들은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죠.


장을 보면 값이 오른 품목이 있고, 내린 품목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값을 내린 품목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지만, 값이 오른 품목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균적인 물가는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더라도 소비자들은 물가가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위와 같은 부분들이 통계물가와 체감물가 사이에 격차가 생기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여러 가지 통계의 오류가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을 1~2%라고 발표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봐야 현실적입니다. 







그렇다면..

보다 현실적인 물가 상승률로 미래의 물가를 예측해보겠습니다. 



보통 물가를 가늠하는 품목으로 짜장면을 많이 예로 듭니다. 짜장면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민들의 대표적인 외식 메뉴죠. 그래서 짜장면 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체감물가가 무척 올랐다고 느낍니다.


1960년대 짜장면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했을 때 가격은 겨우 15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화폐가치가 달랐기 때문에 당시로선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생일처럼 특별한 날만 먹는 고급 음식이었죠! 


그것이 70년대 들어와서 300원, 80년대 500원이었는데, 90년대 들어 갑자기 가격이 껑충 뛰어서 1,500원대가 되었고, 2000년대에 2,000원대로 올랐다고 합니다.


2,000원,, 불과 십몇 년 전인데요. 요즘은 짜장면 2,000원에 팔면 생생정보통 이런데서 취재 올겁니다..


2017년 현재 전국 평균은 한 그릇 5,000원정도라고 하는데,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착한가격'으로 팔고 있는 식당도 많고요. 그러므로 한 그릇 4,000원 정도로 생각해보죠. 



그렇다면 과연 물가는 얼마나 오른 걸까요?



2017 - 1960 = 57 


57년간 15원짜리가 4,000원이 되었습니다.

엑셀의 RATE 함수를 이용하여 계산해보니 1년에 10% 정도가 올랐네요.


엄청 많이 올랐죠! 하지만 과거는 우리나라 경제가 고도성장을 할 때입니다. 이 정도 물가 상승 수준이 맞습니다. 임금상승률도 그 정도가 됐고요.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 저물가 시대죠.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1~2% 정도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통계 물가와 실제 물가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현재 기준 최소 3~4%는 잡아야 현실적입니다.  (현재 기준일뿐, 계속 변화할 것입니다.)



그러면 물가 상승률 3%를 가정하면, 30년 뒤에 짜장면은 얼마나 할까요? 



9,700원 정도네요. 많이 오르죠?  

"짜장면이 만원이라고!?" 하며 놀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 정도입니다. 물가상승률 4%로 계산해보니 13,000원 정도가 되네요. 이것도 그다지 비현실적인 가격은 아닐 겁니다. 내년에 당장 최저임금이 7500원을 넘어갑니다. 그 인건비 손해를 메우려면 내년부터 당장 짜장면 값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오르면 최소 500~1000원씩 한 번에 오르겠죠? 










짜장면으로 예를 들었지만 우리가 구입하는 생필품, 외식비, 여가비, 병원비 등 모든 것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내 소득은 그다지 오르지 않고 내 자산에도 큰 변화는 없는데, 물가만 오르면 굉장히 난감하겠죠? 이것을 경제학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라고 합니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실질가치를 저하시키는 위험이죠. 


예를 들어 내가 열심히 돈을 벌어서 차곡차곡 1억을 모았다고 합시다. 근데 모으기 전에는 1억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몇 년 뒤에는 비싸져서 못 사게 된다면? 위험하게 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착실하게 모아만 뒀지만 내 돈의 가치는 떨어진 겁니다. 이것이 인플레이션 위험이죠.  


그 위험을 커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만들어내면 됩니다. 간단하지만 어렵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은 은행저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혹시나 본인의 자산이 너무 안전한 자산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며 미래의 물가 상승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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