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온기
새 책만을 선호했다.
누군가가 읽은 책이 아닌 내가 처음으로 지문을 남기는, 새하얀 눈밭의 첫 발자국 주인이 나였으면 하는 마음.
그 책은 절판되어 오직 도서관을 통해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종이는 부드럽고, 곳곳에 손때가 묻어 있다. 마시다 흘린 음료수 자국, 진하게 밑줄 친 흔적도 보인다.
그동안 새 책만을 고집해서일까?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왠지 마음에 든다.
새 책은 나 홀로 주인공을 마주한다면, 여러 손을 거친 책은 친구들과 주인공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내가 독서 동아리에 들어가 같은 책을 돌려 읽고 있는 상상마저 하게 된다.
여러 흔적들 덕분에 책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헌 책방 단골이 된다.
2023.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