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의 조우
사람들의 단단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육지의 삶은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만얼마씩만 지불했고, 그러자 요트는 사람들을 태우고 세시쯤 항구를 출발했다. 배는 항구를 벗어어날 때까지는 조심스럽게 나아갔지만, 그래도 육지의 붙잡음 없이 부드럽게 수면을 미끄러져 항구의 입구로 나아갔다. 이내 항구 입구에서 육중한 방파제가 배를 스쳐 지나간다. 육지에서는 오만해 보이던 방파제도, 바다에서 보면 천천히 나가라는 배웅의 손길이다.
항구를 벗어난 요트는 돛을 폈다. 그리고 드디어 바람을 타고 난다. 해풍은, 아무런 말 없이도 익숙하게 요트의 등을 밀어준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이내 구름까지 걷어낸다. 그러면 바다도 주인공의 등장을 알리듯, 쨍한 해를 수면에 담아 배를 비춘다.
왼편으로 저 멀리 해변이 보인다. 배 안의 사람들은, 해변의 콩알만 해 보이는 작은 점들이 아웅다웅 움직이는 것을 본다.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돌려 오른편을 보자, 거기에는 한없이 푸른 허공이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기다란 수평선이 죽 그어져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냥 허공에 그어진 수평선만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사람들은 반대편 해변의 콩알만한 작은 점들을 잠시 잊는다.
사람들은 배에서 사진을 찍는다. 바다에서 좀 더 용감해진 그들은 바다만큼의 크기로 포즈를 취한다. 스스로 바다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 사진을 남긴다. 바다빛이 너무 환해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이 흐려져도, 그들은 관대해진다. 바다만해진 사람들은 배 안에서 처음 본 이들에게도 서로 말을 붙인다. 농담을 던진다.
사람들이 다시 콩알들의 세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다. 육지는 조금 쓸쓸한 갈매기의 울음소리로 그들을 반겨준다. 사람들은 육지의 품으로 내던져지면서, 제각각 바다에 재회를 다짐한다. 그 다짐은 그들의 피곤한 미소에도 짭짤하게 녹아있다.
서울로 돌아가는 어둑해진 버스 안에서, 버스보다 큰 고래가 되어 허공을 떠다니는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