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팀원 H의 안부인사에 붙여
후배 H에게.
세밑에 네가 보낸 장문의 카톡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단다.
내가 롤모델이라는 너의 이야기에, 내 얼굴이 화끈거렸던 이유를 너는 모르겠지? 네가 이직을 한지가 1년이 넘었지만, 너와 함께 일할 때의 내가 그렇게 좋은 선배, 좋은 상사는 아니었거든.
고백하자면, 너와 일하는 동안 나는 너의 능력이 참 좋다고 많이 느꼈지만, 그걸 입밖에 잘 내지 않았었어. 그때의 나는, 행여 네가 쉬이 오만해져서 긴장을 갖지 않을까 봐 그랬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사실 나는 조금은 너를 질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
가끔 네가 불가피하게 지각을 할 때에도,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서 너를 크게 혼내고는 했었어. 사실 너의 업무에 그게 무슨 큰 영향을 주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야. 어쩌면, 나는 또 조직의 논리만을 앞세워서 집이 멀었던 너의 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다시 돌아보게 되더라.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지금에야 돌아보게 되었지만 말이야.
변명을 하자면, 나도 팀장으로 일하게 된 게 그때가 처음이었거든. 그래서 무척 긴장해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철없던 초보 리더였기 때문에, 너의 이직 통보를 들었을 때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단다. 워낙 똑똑한 너이기 때문에 원래 네가 가고 싶어 하던 쪽의 좋은 회사로 이직해 좋은 경력들도 잘 쌓게 되어서, 떠나보내는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지금은 내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위해 더욱 따뜻한 말을, 또 더욱 팀원들이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나도 고민하게 되었어.
세밑에 네가 보낸 장문의 카톡에서, 너는 내게 많이 고맙고, 그 때 이직을 해서 미안했다고 말했지만, 초보 팀장이었던 나는 오히려 너에게 많이 고맙고 미안하단다.
하긴, 지금은 또 서로 편해져서 언제든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사이가 되어서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초보 팀장은 너라는 좋은 팀원을 떠나보냈지만, 덕분에 조금은 더 성숙한 팀장이 되었고, 또 좋은 동생을 다시 얻었으니 말이야.
이 코로나가 마무리되면 더욱 자주 만나자. 새로 입사한 지금의 우리 법무팀원들도 함께 소개해 줄 테니, 여전히 서툰 팀장인 나에 대한 욕도 몰래 좀 같이 해주길 바래.
새해 복 많이 받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