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고향집의 어느 일요일

송해 선생님의 추억.

by 잭변 LHS

오래간만에 내려간 부산 고향집은 낮잠으로 가득했다. 나는, 어머니가 내어주신 아침을 챙겨 먹고 티브이를 보다가 또 소파에 누워 깜빡 낮잠에 빠졌다. 일요일 고향집의 낮잠은 따뜻하고도 노곤했다.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눈을 떠보니, 티브이를 보고 계신 어머니도 웃고 계셨다. 나도 눈을 비벼 낮잠에서 깨어난다.


“어, 아들 일어났나? 점심 뭐 묵을래? 국수 삶아줄까?”

“국수 좋지요.”


어머니는 금방 부엌으로 가셔서 점심을 준비하신다. 그동안 티브이 속 프로그램에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웃고, 노래 부르고, 또 춤을 춘다. 사회자의 노련한 말솜씨에, 티브이 출연이 처음일 출연자들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어머니가 내어 온 국수는, 대접을 가득 채울 정도로 양이 많다.


“엄마, 국수 너무 많다.”

“많으면 남기라.”


모자는 일요일 오후의 티브이를 보며 국수를 먹는다.


“근데 갑자기 말도 없이 주말에 와 부산에 내려왔노”

“여사님 보고 싶어서 왔지 뭐”

“하이고, 하이고. 작년 묵은 떡국 올라올라 칸다.”


어머니도 알겠지. 얘가 뭔가 힘든 일이 있었구나. 인간관계 때문인 것 같은데, 혼자 좀 앓다가 못 견디고 내려왔구나. 자존심이 센 아이라 끝내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구나. 그래도 너는 내 속에서 난 아이라, 나는 안단다. 내색은 안 하겠지만, 힘내라.


그런 소리없는 이야기들이 국수 대접 속 진한 멸치국물 속에 말려 따뜻하게 내 목구멍으로 후루룩 들어간다.


“다른 거 보자.”

“잠깐만.”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리려는 어머니를 멈췄다.


“송해 아직 정정하시네”


전국노래자랑이 틀어진 고향집 오후를 조금 더 즐기고 싶었나 보다. 어머니의 국수향인지 송해 선생님의 목소리인지가, 타향에서 찢긴 시간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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