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이유
"내가 그런 소리를 들으며 오늘 출근하는데, 진짜 가출하고 싶더라고."
대학 동기 J의 한탄은 30분째 이어지고 있다. J는 대학생 시절부터 캠퍼스 커플이었던 아내와 결혼해는데, 그녀는 내 대학 후배기도 했고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J가 오늘 아침에 아내와 부부싸움을 했다며 한탄을 하고 있다. J가, 아내의 잔소리에 받아치고 싶은 말들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출근한 게 못내 아쉬워 보였다.
"너도 속에 있는 이야기 다 쏟아내지 그랬냐"
"다 쏟아내고 싶었지. 나도"
"그래, 원래 관계란 게 한쪽만 이야기를 쏟아내면, 상대는 스트레스받게 되지."
결혼생활이 저렇게 갑갑한 것인가 싶었다. 그나마 내가 J의 한탄을 여유 있게 들어줄 수 있는 미혼이라 다행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휴.. 알지. 근데 내가 왜 얘기를 못했는지 알아?"
J의 말을 듣고 나도 궁금해졌다.
"그러게. 왜 아무 말도 못 하고 나왔냐? 더 화를 돋울까 봐 그런거구나?"
내 말에 J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대답을 내어 놓는다.
"아니. 우리 애들."
"응?"
"우리 애들이 일어나서 아침 먹고 있었거든. 우리 애들한테 그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맥주에 거하게 취한 J의 혀는 조금씩 꼬여가며 응어리진 마음을 쏟아낸다.
"나는 있잖아, 어렸을 때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게 트라우마 같아. 그래서 우리 애들한테는 그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부모들이 싸우면, 죄 없는 애들이 피해자가 되잖아."
그렇구나.
말을 마친 J는 내가 알기 힘든 표정으로 다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리고서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책임감을 긴 한숨에 실어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