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도 떨어지고 해서 과거의 기억을 들추어 쥐 이야기나 시리즈로 엮어 보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라떼시절 쥐는 주변에 흔하게 보는 동물이었는데 또한 혐오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절대 친숙할 수 없는 소재를 이야기로 어떻게 끌어나갈지 궁금하십니까? 아니라구요?^^
내가 하숙을 할 때 내 방에는 나 말고도 두 살이 많은 조금은 꼴통 같은 형이 같이 있었다. 그 형은 집이 시골이었는데 범생이인 나완 사정이 완전 달라서, 동네에서 하도 말썽을 피워 쫓겨나다시피 내가 사는 도시로 유학을 온 것이었다.
당시 하숙집은 슬레이트 지붕에, 밤에는 방 천장에서 쥐들이 설쳐대는 적잖이 낡은 곳이었다. 방 천장이라고 해봐야 얇은 베니어판 한 장에 도배지 한 겹 바른 정도라, 쥐들이 설쳐대는 소리는 고요한 한밤중에 여간 시끄럽게 들리지가 않았다.
내가 하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잠을 자는데 무슨 릴레이 달리기라도 하는 양 그날따라 유난히 천장에서 쥐들이 설쳐대고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잠을 자던 형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다락으로 기어 올라가는 것이었다. 난 '저 꼴통 형도 시끄러우면 잠을 못 자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참 후 형은 커다란 쥐 한 마리를 잡아서, 쥐의 꼬리 부분을 꼭쥐고 내려와서는 밖으로 나갔다. 거의 새끼 고양이 만한 토실토실한 놈이었는데, 아마도 우두머리 쥐가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그 뒤로는 천장 위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잡은 쥐를 처리하고도 한참이 지났을 시간인데도 형이 들어오지를 않아,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가보았다.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발을 신고 뚤레뚤레 형을 찾으며 뒤뜰로 가보니, 한쪽 구석에서 형이 불을 피워놓고 무언가를 굽고 있었다.난 '꼴통 형이 배가 출출하여 고구마라도 구워 먹나?'하고 생각하였다. 보통 때 같았으면 같이 먹자며 달려들었겠지만, 그날따라 배가 아파서 저녁도 굶은 터라 고구마를 먹으면 속이 더 안 좋아질까 봐, 쓰린 배를 움켜쥐고 그냥 살그머니 돌아서 방으로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자고 있는 형을 살펴보니까, 손 하고 입 근처가 시커먼 게 지난밤에 뭔가를 구워 먹은 표시가 확실하게 났다. '에이 더러워! 고구마를 구워 먹었으면 입이나 좀 닦지...' 그런데 입을 벌리고 자는 형을 자세히 보니까 이빨과 입술 주위에 조그맣고 까만 털이 몇 가닥 끼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난 순간적으로 어젯밤에 형이 잡은 쥐를 들고나가던 기억이 났지만, '에이 설마?'하고 넘어갔다.
이후로 그 꼴통 형의 쥐 잡기는 계속되었고, 쥐를 들고나간 뒤에는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손이며 입가에는 항상 시커먼 숯검댕 같은 것을 묻히고 들어왔고 털 같은 것도 몇 가닥이 묻어있었다.
한 달에 2~3회가량 비슷한 광경이 계속되자, 나는 불타오르는 궁금증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꼴통형한테 물어봤다.
"형! 혹시 그 쥐 구워 먹는 거 아녜요?"
"...어... 맞는데..."
정말 충격이었다! 쥐를 잡아먹다니? 혹시 영화에 나오는 캣 피플?!
그 꼴통 형이 비밀을 말해주었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쥐포를 먹어보았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게 무어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쥐. 포.'라고 말해주어, 너무도 꼴통인 그 형은 쥐를 잡아 포를 뜬 것인 줄 알았다고 했다. 정말 엽기적인 꼴통이었다!!
그 형은 그 후 우연히 쥐를 잡았는데, 불현듯 쥐포 생각이 떠올라 그놈의 가죽을 벗기고 포를 떠서 불에 구워 먹었단다. 그런데 맛은 처음 맛본 쥐포와 달랐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끔씩 배가 출출할 때면 쥐를 잡아 구워 먹는다고 했다.
나를 보고 씩 웃으며 '한 번 같이 먹자!'고 하는 형의 희번덕거리는 눈을 보면서 소름이 오싹 끼쳤다.
티브이 다큐멘터리프로를 보면 가끔 아마존이나 동남아 밀림에 사는 원주민들이 쥐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에선 길거리에서 파는 양고기 꼬치구이가 사실은 쥐고기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옛날의 그 꼴통 형이 생각난다. 지금은 어디서 쥐를 잡아 구워 먹고 있을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엽기적인 형이었다.
그 꼴통 형의 기억
나의 집은 시골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도회지로 나가 오랫동안 하숙을 하였다.내 하숙방에는 룸메이트가 한 번씩 바뀌었는데, 한 번은 나보다 두 살이 적은 꼴통 아닌 척하는 후배랑 같이 지낸 적이 있었다.그 후배 역시 집이 시골로, 동네에서 하도 말썽을 피워 쫓겨나다시피 유학 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하숙집은 슬레이트 지붕에 밤에는 천장에서 쥐들이 설쳐대는 꽤나 지저분한 곳이었다. 어느 날 밤 잠을 자는데 역시 천장에서 쥐들이 설쳐대는 것이었다. 난 열받았서..난 성격이 되게 예민하다.. 벌떡 일어나 다락으로 기어 올라갔다.
한참 쥐들이랑 실랑이를 벌인 끝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커다란 쥐 한 마리를 잡았다. 난 자랑스럽게 그 쥐를 들고는 밖으로 나와 푸세식 화장실로 가서 화장실에 빠뜨려 버렸다.(그러고 보니 이게 #1에 등장한 그놈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들어가려는데 쥐들과 한참 씨름을 해서인지 뱃속이 출출한 것이었다. '뭘 좀 먹을까?' 생각하다가 주인아줌마가 뒤뜰에 고구마를 보관하고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불을 피워 고구마를 굽고 있는데 뒤에 후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후배에게 '군고구마 줄까?' 하고 물어보려다가, 그날 후배가 배가 아팠기 때문에 고구마를 주면 더욱 속이 안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모르는 척하였다.
후배는 잠시 보다가 그냥 들어가 버렸고, 나는 작은 털 같은 뿌리까지 송송 나있는 고구마 두 개를 맛있게 구워 먹었다. 비록 이빨사이에 뭐가 끼이고 손 하고 입 근처가 시커메졌지만 밤도 늦었고 해서 그냥 방에 들어가 잤다.
이후로 한 달에 7~8회 비슷한 상황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었고, 한 달에 2~3회는 그 후배에게 들켰다.
한참 지난 후 어느 날 후배가 궁금증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형, 쥐 구워 먹은 거죠?"
난 황당하였다. 쥐를 먹다니! 아니 쥐를 먹는다고 생각하다니?! 하지만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장난도 칠 겸, 밤에 구워 먹는 게 쥐고기가 맞다고 그랬다.
그 말을 들은 후배는 정말 충격을 받는 것 같았다.
난 그 후배의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처음으로 쥐포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게 무어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쥐. 포.'라고 일러주어 쥐를 잡아 포를 뜬 것인 줄 알았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가끔씩 배가 출출할 때면 쥐를 잡아 구워 먹는다고...
당황해하는 그 후배의 모습이 우스워 씩 웃어주면서 '한 번 같이 먹자!'고 했다.
옆방 하숙생의 기억
내가 하숙을 할 때, 옆방에 나보다 두 살이 적은 꼴통 하나가, 그보다 두 살이 더 적은 꼴통 아닌 척하는 후배와 같은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후배들은 집이 시골이었고, 둘 다 동네에서 하도 말썽을 피워 쫓겨나다시피 도시로 유학 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하숙집은 슬레이트 지붕에 밤에는 천장에서 쥐들이 설쳐대는 지저분한 곳이었다.
어느 날 밤 잠을 자는데 역시 천장에서 쥐들이 설쳐대는 것이었다. 잠을 못 자 열받은 난 벌떡 일어나 천장을 손으로 툭툭! 쳐봤다. 잠시 후 콩콩! 하면서 쥐가 발길질로 맞장구를 쳐왔다. '어라? 요놈 봐라!' 난 막대기를 가지고 천장이 들썩일 정도로 쾅쾅!! 쳤다. 놈들은 바닥이 시끄럽게 흔들리자 비로소 우르르 옆방으로 몰려가 버렸고 내방 천장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다시 잠을 자려고 한참을 시루다 오줌이 마려워 변소에 가려고 방문을 나서는데, 옆방의 꼴통이 손에 커다란 쥐 한 마리를 쥐고 나오는 게 보였다.
꼴통은 무척 피곤했던지 눈이 반쯤 감긴 게 비몽사몽으로 보였다. 마당 한가운데서 한참을 서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싶더니 뒤뜰로 부랴부랴 걸어가는 것이었다. 한 손엔 여전히 쥐를 든 채로... 잠시 후 꼴통이 한 손에는 쥐새끼를, 다른 한 손엔 고구마를 들고 다시 마당으로 나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곧장 푸세식 화장실로 가서 그걸 화장실에 빠뜨려 버리는 것이었다.
난 꼴통이 쥐새끼를 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버린 것은 쥐새끼가 아니라 고구마였던 것이다.꼴통이 비몽사몽 중에 착각한 게 분명하였다.
꼴통은 불을 피워 쥐새끼를 구워 먹고 있는 모습을 내가 지켜보고 있는 것을 몰랐다. 왜냐하면 그곳이 내방 바로 뒤편이어서 뒷창문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녀석의 뒤에서 그 꼴통 아닌 척하는 후배가 다가왔다. 난 처음에 둘이 똑같은 놈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꼴통 아닌 척하는 후배는 잠시 보다가 그냥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송송 작은 털 같은 뿌리까지 있는 그 징그런 쥐새끼를 구워 먹고 나니, 꼴통의 이빨사이에 뭐가 끼이고 손 하고 입 근처가 시커메진 것이 불빛에서도 훤히 드러났다. 그걸 씻으면 꼴통이 아니라는 듯, 그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후로 꼴통은 한 달에 7~8회 비슷한 상황에서 쥐새끼를 구워 먹었고, 한 달에 2~3회는 그 후배도 나와서 지켜보았다.
나중에 그 꼴통 후배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면담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 꼴통은 쥐포 이야기를 꺼내며 그 이야기는 꼴통 아닌 척하는 후배를 놀린 것에 불과하며, 자신은 가끔 밤에 고구마를 구워 먹었을 뿐이라고 했다. 여전히 자신이 화장실에 버린 것이 고구마이고, 실제로 먹은 것이 쥐새끼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바로 잡아줄까 하다가 꼴통이 완전 또라이가 될까 봐 꾹 참았다. 그 꼴통이 그동안 자기가 잠결에 구워 먹던 것이 고구마가 아닌 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맨날 쥐만 쫓아다닐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 꼴통이 어떻게 사는지 가끔 궁금해진다. 중국에선 길거리에서 파는 양고기 꼬치구이가 사실은 쥐고기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혹시 어느 하늘아래 꼬치구이를 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이 글은 오래전 인터넷 뉴스그룹(유머)에 올렸던 글을 다듬은 것인데, 그때 댓글로 꼴통 선배 역할을 하신 분과 옆방 하숙생 역할을 하신 분을 찾습니다. 혹시 연락이 되신다면 만나서 쥐포에 소주 한잔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