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날 때 넷플릭스에서 일본 영화를 본다. 장르는 잔잔한 강물 같은 영화. 요즘 세상을 보면 너무 자극적이다. 전쟁 살인 폭력 마약에다가 끊이지 않는 각종 사건 사고.그런 현실에 편승이라도 하듯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이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 말초적인 자극에 그치는 전혀 공감이 안 가는 내용. 그런 것들이 너무 넘쳐나서 피곤하다.
일본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반 서민들의 삶은 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일본 영화를 보면낯설지가 않고 정서적으로도공감이간다. 거기에 잔잔한 강물 같은 이야기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런 이야기들을 슬쩍슬쩍 훔쳐보는 게 재밌다.
최근에 본 영화 몇 편을소개하자면, 부모집에 얹혀사는 꿈도 희망도 의욕도 없는 한 여자가 우연히 삼류복서를 만나며 겪게 되는 사랑과 삶을 그린 <백 엔의 사랑>. 여자는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우며 삶의 의욕을 서서히 찾아가지만 사랑으로어떻게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것.
어렸을 때 부모의 재혼으로 가족이 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의 동거 이야기를 다룬 <눈물이 주룩주룩>.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애틋하기만 한데 상황은 계속 어긋난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젊은 여성 만화가의 성적인 경험과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을 그린 <37초>. 성인만화를 공상만으로 그려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지. 실제 경험이 필요해.어떻게 할 수 있을까?
거품경제 시절 한 여성 은행원의 일탈과 횡령사건을 다룬 <종이달>.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그러나 그게 진짜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네.
아르바이트로 몸을 파는 여대생과 늙은 교수의 만남을 그린 <사랑에 빠진 것처럼>. 그러나 화면에는 섹스나 선정적인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가을이 되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겠는데 자극적인 것도 폭력적인 것도 화려한 것도 싫다. 그냥 돌담길 옆 카페의 창가에 앉아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잔. 그리고 낙엽 떨어지는 가로수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여유를 즐기고 싶다. 거기에 말벗이 되어줄 친구가 한 명 있으면 더 좋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집에 돌아와 영화를 봐야지. 주변에 흔하게 있을법한 소재를 뻔한 스토리로 전개하면서 큰 반전이나 극적인 결말도 없는 영화. 정말 잔잔한 강물 같은 영화. 그러나 깊이가 있는 영화. 그런 영화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