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충렬사라는 사당이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구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송상현 동래부사와 병사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곳이다.
당시 왜구의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카(小西行長)가 동래성을 겹겹이 포위한 후 "싸울래? 길을 내어줄래?" 했을 때 송상현 부사가 했던 말.
"戰死易假道難"
(전장에서 싸우다 죽기는 쉬우나 길을 내어 주기는 어렵다.)
결국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열세의 군사를 이끌고 싸우다 전원 전사하였다. 동래성을 함락한 적장도 그런 송상현 부사의 충성심과 기개를 높이 사 무덤을 만들어 장례를 치르고예를 표했다고 한다. 송상현은 사실 무장도 아닌 문관이었다. 무장들이 왜군의 기세에 겁먹고 꽁지 빠지게 도망 갈 때 송상현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후 왜군이 파죽지세로 북진을 하였으나 곳곳에서 송상현 부사와 같은 수많은 충렬지사들이 나타나 목숨을 걸고 싸웠다.
살다 보면 내 삶의 방향, 내 가치관에 반하는 선택을 요구당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그럴 때 그냥 그릇된 시류에 편승하여 편하게 사는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대항할 것인가 갈등하게 된다. 그냥 눈 딱 감고 편하게 살자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눈 딱 감고 시류에 편승한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고 나면,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