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에 나가면 눈이 몹시 시고 눈물이 났다. 언제부턴가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핸드폰으로 글을 자주 쓰는데 글자도 잘 보이지 않고 쉽게 피로해졌다. 아무래도 안경이 눈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십 년 넘게 다니는 단골 안경점을 찾아 시력검사를 하였다. "노안이 많이 진행되었네요. 지금 쓰시는 안경이 도수가 높습니다. 그리고 왼쪽 눈 난시 각도가 좀 변했네요. 도수를 낮추고 왼쪽 눈 난시 각도를 틀어주면 눈이 훨씬 편안할 겁니다."
평상시에 쓰는 근시용 안경과 컴퓨터 작업할 때 쓰는 다초점 안경 두 개 다 바꾸기로 하였다. 일주일 뒤 바뀐 다초점 안경을 찾으러 갔다. 그런데 안경사 양반의 장담과는 달리 사물이 영 이상하게 보였다. 특히 작업을 하려고 노트북을 펼치니 자판이 좌하단에서 우상단으로 길쭉하게 늘어져 보였다. 직사각형이 마름모꼴로 보이는 것이었다. 게다가 눈앞이 울렁거려 도저히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새 안경이라서 적응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생각하고 몇 시간을 끼고 있었으나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 안경점을 다시 찾았다. 왼쪽 눈 난시 각도를 바꾼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며칠 지나면 눈이 곧 적응할 것이라고 하였다.허~ 마름모가 다시 직사각형으로 바뀔 거라고?
그렇다. 안경을 쓴다는 것은 이미 굴절된 렌즈를 통하여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즉, 굴절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맨눈으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도 본 모양을 제대로 모르는데, 안경을 쓰고 마름모인지 직사각형인지도 모르고 산다. 정신 차리자.
마음이 늙고 모나면 색안경을 하나씩 쓰고 세상을 본다. 노란 개나리꽃이 빨갛게 보이고 하얀 뭉게구름이 까맣게 보인다. 개나리꽃이 노란색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 줘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아내의 무심한 한마디가 바가지로 들리고 아파트 일층 현관에서 마주친 청년의 미소가 비웃음으로 느껴진다. 세상이 모두 시빗거리인 괴팍한 노인이 되고 만다.
나이는 들더라도, 노안은 오더라도 마음만은 늙지 말자. 비록안경을 통해 굴절된 세상을 보더라도 눈에 보이는 세상의, 사람의, 사물의 이면에 숨은 본질은 무엇인지, 진상(眞像)은 무엇인지를 보려고 노력하자. 마음의 눈을 크게 뜨자.내 마음은 아직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