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입주자대표 후보접수 공고문이 붙었다. 2년에 한 번씩 입주자대표회의를 새로 구성하는데 그 시기가 도래한 모양이었다. 1차, 2차를 거쳐 3차 공고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고 있는 동 라인의 신청자는 여전히 '없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퇴직도 했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내가 나서볼까?' 하는 마음에 관리사무소에 들렀다. '하도 신청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해볼까 한다.'라고 이야기를 꺼내니 무척 반기는 분위기였다. 필요한 서류 목록을 받아 그 길로 동사무소로 가서 서류를 발급받았다.
집에 돌아와 지원서를 작성하는데 '선거공약'을 적는 칸이 눈에 들어왔다. '선거공약? 남들이 귀찮아하는 일을 대신한다는데 무슨 선거공약씩이나 요구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빈칸은 채워야 하겠기에 적어나갔다. 학창시절 시험 칠 때 빈칸을 꽉꽉 채우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적다 보니 다섯 항목이나 적었다.하고 싶은 게 많은 건 절대 아니었는데습관이 참 무섭다.
입주자대표회의, 딱 욕먹기 십상인 자리이다. 내가 하기는 싫지만 남이 잘못하면 입 대기는 쉽다. 나도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이번에 그 일을 해보면서 남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아보려고 한다. 그동안 애써주셨던 전임 대표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