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마운 지인에게 선물하려고 홈베이킹으로 쿠키를 구웠었다. 만드는 김에 주위 사람들도 생각하여 넉넉하게 만들었고 결혼 한 딸에게도 나눠 주었다.
"우리 쭌이 거도 만들어 주지!"
확실히 엄마는 엄마였다. 내가 만든 쿠키를 받은 딸이 옆에서 놀고 있는 손자를 보며 말했다. 19개월 차에 들어선 손자는 벌써 이유식을 떼고, 밥, 고기, 야채, 과일 등 못 먹는 게 없을 정도로 자랐다. 사탕도 먹고 과자도 먹는다.
자신은 못 먹어도 자식 입에 먹을 게 들어가면 배가 부른 게 부모 마음인데, 딸이 혼자 쿠키 먹기가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른이 먹는 버터와 설탕 함량이 높은 쿠키를 줄 수도 없고, 더구나 외손자는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서 계란이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쿠키를 선택하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딸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그래도 명색이 취미생활로 홈베이킹을 하면서 손자 쿠키 만들어줄 생각을 못하다니! 아이가 크면 함께 쿠키도 만들고 빵도 만들며 놀아줄 생각은 했었는데, 맞춤형 쿠키를 만들어 줄 생각은 미처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장 만들지 뭐!"
그렇게 해서 외손자 맞춤 쿠키를 만들기로 했다. 계란을 빼고 버터와 설탕 함량을 낮추고. 그래서 맛이 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고구마였다. 그전날 집 앞 야채가게에서 사 온 것이었는데 꽤 달고 맛이 있었다.
"그래, 고구마를 삶아서 고구마 쿠키를 만드는 거야."
기본 쿠키 레시피를 수정하여 부드러운 식감의 아기 맞춤 수제쿠키레시피를 만들었다.버터는 1/2, 설탕은 1/4로 줄이고, 계란대신 두유를 넣어 반죽의 질기를 맞췄다. 손자가 먹을 거라 생각하니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잘 먹어줄까? 기대도 하며.
드디어 완성. 총 27개. 보기에는 먹음직해 보였다. 한 개를 집어 맛을 보았다. 달콤한 고구마가 들어갔음에도 이미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내 입에는 영 맛이 없었다. 딸에게 이야기를 하니 '싱거워도 쭌이 입맛에는 맞을걸?' 하는 답이 돌아왔다.
서둘러 한 개씩 개별 포장을 하고 봉투에 담아 딸네 집으로 날아갔다. '할아버지가 까까 만들어 왔네?' 딸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잔뜩 긴장한 채 손자에게 한 개를 건넸다. 와! 잘 먹는다. 금세 다 먹고 더 달라고 한다. 한 개를 더 먹었다.
"고맙다, 쭌아!"
그 조그만 손에 할아버지가 만든 쿠키를 쥐고 그 조그만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가슴이 뿌듯했다. 갑자기 사명감이 생기고 의욕이 끓어올랐다. 다음엔 또 뭘 만들어 줄까? 말만 해라, 할아버지가 다 만들어 줄게!
집 앞 가게를 지나다 고구마가 눈에 보여 얼른 한 보따리 집어 들었다. 또 만들어서우리 손자 줘야지!
스텐볼에 상온에서 미리 녹인 버터를 넣고 핸드믹서로 풀어준 다음, 설탕, 소금을 넣고 섞는다. 크림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저속으로 가볍게 섞어주기만 하면 됨.
밀가루, 아몬드분말, 베이킹파우더, 바닐라분말 등 가루재료를 체에 밭쳐 내려 준 다음 주걱으로 가르고 뒤집으며 골고루 섞어준다. 이어 삶은 고구마와 두유를 넣고 섞어준다. 밀가루 반죽처럼 손으로 치대서 단단하게 뭉쳐줄 필요는 없고, 주걱으로 내용물 전체가 균일하게 섞일 정도면 반죽 완성.
2. 분할 및 성형
반죽을 35g씩 분할하여 동그랗게 뭉쳐준 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오븐팬 위에 올려놓는다. 손으로 꾹꾹 눌러 납작하게 만들되 수제쿠키 특유의 모양을 살리기 위해서 너무 매끈하게 정리하는 것보다는 끝이 투박하게 두는 것이 좋다.
3. 굽기 및 완성
미리 달궈둔 오븐에 팬을 넣고 190°C 온도로 10분 정도 구워주면 됨. 너무 오래 구우면 쿠키가 딱딱해지므로 고온에서 짧은 시간으로 구워야 함. 구워진 쿠키를 식힘망에 올려 식힌 후 개별 포장하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