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은 계절병인가?

그 남자의 횡설수설

by 이은호



작년 아니 해가 바뀌었으니 재작년 늦가을, 단풍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왼쪽 어깨에 이상이 왔다. 처음 경험하는 증세라 근육통으로 생각하고 한의원에 갔다. 열흘정도 침을 맞으며 가급적 아픈 팔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팔을 움직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그러다 코로나19에 걸렸고 일주일간 꼼짝 못 하고 드러누워 있었다. 일주일 후 다시 방문하여 이어진 한의원 치료에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찾은 정형외과. 거기서 의사 선생님의 진료와 X-ray 사진을 찍어본 결과 '오십견' 진단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한의원에서의 잘못된 침치료와 가급적 팔을 사용하지 않은 게 상태를 더 악화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사흘에 한 번 병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근육이완제, 소염진통제 약을 처방받아먹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라고 해서, '두 손 앞으로 들어 올리기'에 이어 문틀에 철봉 바를 설치하고 '철봉 매달리기' 운동을 꾸준히 하였다.


한 달쯤 지난 후, 매일 먹는 약이 부담스러워 의사 선생님께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합니까?'하고 물어보니 '본인이 통증을 참을 수 있으면 안 먹어도 됩니다.' 하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통증을 줄여주는 것은 의사 몫이지만 오십견을 낫게 하는 건 환자 몫입니다.'하고 덧붙이셨다. 결국 스트레칭과 철봉 매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게 처방인 셈이었다. 통증은 참을만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때부터 병원 발길을 끊고 혼자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며 철봉에 매달렸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보냈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따뜻한 봄이 되면서 증상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연습장에 가서 한동안 손을 놓았던 골프채를 다시 잡아보았다. 백스윙할 때 약간의 통증이 있었으나 그런대로 할만하였다. 몇 번을 휘둘렀다. 조금씩 감이 살아났다. 비거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일단 공은 맞아 나갔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기분이 좋아졌다. 그 뒤로 가끔 연습장에서 연습도 하고 지인들과 스크린 골프도 치면서 비거리도 점점 회복되었다. 완전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하였다.


사람들이 그랬다. 오십견이 한쪽 팔에 오면 반드시 다른 쪽에도 온다고. 그래서 그걸 방지하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스트레칭과 철봉 매달리기를 하면서 지냈다. 이제는 더 이상 오십견을 경험하지 않으리라!


그러던 작년 늦가을. 재작년 늦가을 왼쪽 팔에 이상을 느꼈던 바로 그때쯤 오른쪽 팔에 똑같은 증상이 느껴졌다. '아이쿠! 오른쪽 팔에 오십견이 오는구나.' 싶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그렇게 부지런히 스트레칭과 철봉 매달리기를 하였는데 허사였다. 오른쪽 팔의 증상이 조금씩 조금씩 심해졌고 재작년 왼쪽 팔에서 겪었던 진행단계를 고대로 이어가고 있었다. 팔을 등 뒤로 올리기가 힘들어지고 승용차 조수석에 올라 문 닫기가 힘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오십견은 계절병이 분명한 것 같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와서 겨울 동안 극성을 떨치다가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점차 수그러드는.


이번에는 병원에도 안 가고 혼자 스트레칭과 운동을 계속하며 버티고 있다. 의사 선생님의 '참을 수 있으면 약을 안 먹어도 된다.'는 말과 '오십견을 낫게 하는 건 환자의 몫'이라는 말. 즉, 환자의 정신력과 육체적 행동력을 모두 강조한 어록과 같은 말씀. 그것을 나는 굳게 믿는다. 아픔을 참고 견디면서 스트레칭과 팔 운동으로 오십견을 극복하리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나의 그런 오기 때문인지 요즘 들어 그렇게 아프던 오른쪽 어깨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제법 살만하다. 따뜻한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렇다면 오십견은 계절병이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계절병은 맞는데 독감처럼 심하게 앓는 게 아니라 가벼운 감기 정도로 넘길 수도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잘하면 봄까지 참으며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네! 은근히 기대를 하며 오늘도 열심히 헛둘! 헛둘!!




나이가 들면 제1의 보물이 건강이라고 했는데 큰일이다. 몸은 뻣뻣해지고, 근력은 떨어지고, 눈도 침침해지고, 하루하루가 다르다. 그러고 보니 귀도 어두워지는 것 같다. 아내의 잔소리가 잘 안들린다. 이러다 오십견이 아니라 뭐가 또 올지 모르겠다.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겠다. 올해는 다른 거 다 제쳐두고 건강 챙기기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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