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기억, 정이흔 소설

그 남자의 책 이야기

by 이은호



브런치스토리 이웃작가 정이흔 소설가의 짧은 소설 모음집 <초여름의 기억>이 출간되었다. 먼저 정이흔 작가의 첫 소설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정이흔 작가는 시인이기도 하고 소설가이기도 하고 또 화가이기도 하다. 재주가 많으신 분이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 배경으로 직접 그린 수채화가 담기기도 한다. 글도 쓰고 배경으로 그림도 직접 그리고,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한마디로 부럽다.


이번에 책으로 나온 <초여름의 기억>은 '추억 속에서' '상상 속에서' '현실 속에서' 3부로 나뉘어 각 열 편씩, 삼십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마도 많은 이야기들이 작가의 지난날 추억 속에서 소환되어 상상의 날개를 타고 날아올랐다가 현실의 벽에서 흐려졌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많은 이야기들이 미완의 여운을 남기고 끝나기 때문이다.


짧은 소설, 일명 엽편소설(葉篇小說)은 나뭇잎 정도의 크기에 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분량의 소설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짧은 분량'이라는 게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참 어렵다. 짧은 내용 속에서 독자에게 무언가를 툭 던져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나 결말,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또는 여운을 남겨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걸 정이흔 작가는 잘 해내고 있다. 역시 시를 쓰는 시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소설을 쓰면서 글이 자꾸만 길어져서 문제이다. 초고를 쓰고 검토와 퇴고 과정을 거치며 군더더기를 걸러내야 하는데 오히려 사족이 붙고 글이 길어진다. 단편소설이 애매한 길이의 중편소설이 되고 만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는 함축된 의미로 표현되는 시가 가장 힘들다. 마찬가지로 짧은 소설이 힘들다. 그러나 정이흔 작가는 시를 쓰며 단련된 상상력과 필력으로 멋지게 구사해 낸다. 정말 부러운 능력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잠시나마 짧은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멋진 상상 속을 느긋하게 산책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완전 성공인 것 같다. 비록 150페이지의 얇은 분량이지만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일단 책을 잡으면 앉은자리에서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초여름의 기억> 소개 글을 쓰면서 본문 내용을 인용하지 않았다. 독자가 책을 읽으며 스스로 추억을 떠올리고 멋진 상상 속을 온전하게 산책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추억과 상상 속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작가는 이번 소설책을 부크크의 POD 출판을 통하여 출간하였다. 많은 것들을 작가가 직접 해내야 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훌륭하게 잘 해낸 것 같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시집, 단편소설집 그리고 산문집까지 낼 계획이라고 하니 그 왕성한 작품활동이 놀랍다. 어느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정이흔 작가의 앞날에 밝은 빛이 비치기를 기대해 본다.


짧은 소설집 답게 소개 글도 짧게 적어 보았는데, 내 글이 혹시라도 정이흔 작가의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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