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홈베이킹
삼식이 생활이 제법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세끼 뭘 먹을지가 보통 고민거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굶자니 뭔가 억울할 거 같아서 빵 한 조각이라도 챙겨 먹는다. 빵? 그동안 달달한 빵을 좋아했다면 이제 나이도 들어가니 이왕 먹는 거 건강빵을 먹자 싶었다.
일반적으로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강력분 백밀가루는 몸에 좋지 않다. 거의 수입산인 백밀가루는 완전 정제분으로 제분 과정에서 55% 정도의 탄수화물과 단백질만 남고, 껍질 밀기울 배아의 바깥 부분에 있는 각종 무기질, 식이섬유 등 영양소가 날아가 버린다. 게다가 약품을 써서 껍질을 녹이고 보존성을 위하여 방부제를 첨가한다고 하니 믿고 먹어도 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서양에서도 식사용으로 즐겨 먹는 빵은 백밀가루로 만들지 않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건강빵을 만들기 위해 통밀가루와 호밀가루를 주문하였다. 통밀가루는 국산, 호밀가루는 유기농이라고 한다. 백밀가루와 통밀가루의 차이는 쌀로 치면 백미와 현미 정도이다. 통밀가루는 제분 과정에서 배아와 밀기울 등이 포함된 70% 정도가 밀가루로 남는다. 호밀은 빵 이외에 맥주 원료 등으로도 쓰이는데 밀보다 더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다. 호밀가루는 통밀가루보다 더 거칠고 색깔도 더 짙은 갈색이다.
통밀가루와 호밀가루로 빵을 만들 때 가장 큰 문제가 단백질 함량이 낮아 글루텐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빵은 특유의 쫄깃함과 결대로 찢어지면서 탄탄한 탄성을 갖는데, 반죽과정에서 글루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밀빵이나 호밀빵을 만들 때, 7:3 또는 6:4 정도로 백밀가루가 더 많이 들어간다. 사실상 무늬만 통밀빵, 호밀빵인 셈이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사람들 중에도 글루텐에 의한 소화불량으로 글루텐 프리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빵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백밀가루 없이 통밀가루와 호밀가루만으로 빵을 만들되, 밀단백질을 추가하여 글루텐 형성을 돕도록 했다. 즉, 건강빵을 만들되 빵 특유의 식감도 살리자.
오늘의 홈베이킹, 통밀호밀 건강빵 만들기! 보통은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빵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오롯이 나를 위한 베이킹이다.
* 통밀호밀 건강빵 레시피 *
수량; 7개
- 통밀가루 600g
- 호밀가루 300g
- 밀단백질 25g
- 드라이이스트 18g
- 물 330g
- 우유 250g
- 설탕 30g
- 소금 16g
- 버터 45g
- 계란 1ea , 총 1,670g
분할; 230g
굽기; 190°C 20분
작업 순서는 먼저 반죽하여 부피가 2.5배 정도로 커질 때까지 1차 발효를 한다.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을 230g씩 분할하여 둥글리기 하고, 마르지 않도록 비닐을 덮고 10분가량 중간 휴지한다.
반죽을 밀대로 밀어 긴 타원형으로 만들고 돌돌 말아서 one loaf 성형을 한다. 이음 부분을 잘 여며 준 다음, 이음 부분을 밑으로 하여 빵 팬 위에 올리고 2차 발효를 한다.
빵이 두 배 정도로 부풀면 세로로 길게 칼집을 낸 다음 덧가루를 뿌리고 나서 미리 달궈둔 오븐에 넣고 굽는다. 190°C에서 20분가량 구워내면 완성. 구수한 냄새와 더불어 다소 투박스러운 갈색빵이 나온다.
구수한 냄새에 끌려 시식을 해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백밀가루로 만든 빵보다는 껍질이 좀 더 단단한 편이다. 맛은 심심하면서도 고소한 딱 건강한 맛이다. 잼을 발라서 먹는 것도 괜찮지만 그냥 빵만 뜯어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유랑 몇 조각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졸지에 점심을 빵으로 때워버렸다.
점심은 빵으로 때웠고, 저녁엔 빵 말고 밥에 뜨끈한 국물에 김치랑 먹어야겠다. 건강빵도 괜찮지만 역시 한국사람은 밥심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