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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r 29. 2024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그 남자의 영화 이야기



나의 시간은 내일로 흐르고 너의 시간은 어제로 흐른다.  엇갈리는 시간의 중간 어디쯤 너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은 딱 한 달. 그러나 너는 어제를 기억 못 하고 나는 내일을 알지 못한다. 너에 대한 내 사랑이 깊어질수록 너는 나에 대한 기억이 옅어지지. 노트에 적힌 대로 다시 하는 거야. 그게 너와 나의 운명. 그리고 그 끝은...



지하철역에서 만난 남녀가 첫눈에 반한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남자의 물음에, 여자가 오열을 하며 말한다.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야." 그리고 총총히 사라진다. 전화번호도 연락처도 없이.


다음날 남자 앞에 여자가 나타나고 둘의 만남의 시간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놓고 간 노트를 통해 비밀을 알게 된 남자가 말한다. "내가 어제 함께한 너를 오늘의 너는 몰라. 어제뿐 아니라 이제까지 함께한 추억 전부를 너는 몰라. 한번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점점 그게 보여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노력하는 순간까지 눈치채 버려서, 네 말과 행동 전부가 괴로워. 너와 만나고 있는데도 네가 아닌 것 같아서 엄청나게 괴로워."


"나는 엄청 잘 울어." 여자가 말한다. 남자는 새삼 깨닫는다. 처음 손 잡을 때, 처음 요리를 만들어주었을 때, 처음 서로가 다른 호칭으로 불렀을 때, 그녀가 눈물 흘린 사실을.


마지막날, 여자가 말한다. "조금씩 너의 과거로 가면서 네 여자친구가 아니게 되겠지. 엇갈려 가는 거야." 남자가 말한다. "우리는 엇갈리지 않아. 끝과 끝을 맞붙인 고리가 되어 하나로 이어져 있어. 우리 둘은 하나의 생명인 거야."






넷플릭스에서 고마츠 나나가 나오는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보았다. 그녀를 본 것은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녀의 눈과 분위기는 약간 퇴폐적이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입술 아래위로 찍힌 점이 그런 분위기를 더 살린다.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이다.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 그리고 주어진 시간은 한 달.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어느덧 꿈결 같은 한 달이 지나고 둘은 이별한다. 하지만 영원한 이별은 아니다. 기찻길에서 서로 방향이 반대인 기차가 스쳐 지나가듯, 두 사람도 훗날 또는 과거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있었고 있을 테니까.


나이와 상관없이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촉촉한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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