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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y 21. 2024

돈 먹는 하마 인테리어 공사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기에 앞서 구청에 영업신고를 하러 갔다가, 실제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꾸어 먼저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가게는 2층 단독주택을 상가로 개조하기 위해 내부와 창문 등을 다 뜯어내고 골조만 남은 상태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세입자가 취향에 맞춰 알아서 실내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딱히 믿고 맡길만한 인테리어 공사업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딸은 인터넷 견적사이트를 통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개략적인 컨셉과 예정금액을 제시하고 견적을 받았다고 하네요. 총 네 군데 업체와 현장 답사를 하고 견적 진행을 했다고 합니다. 참 부지런한 딸입니다. 그리고 그중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책방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릴 것 같은 업체 한 곳을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그곳 사장님과 몇 차례 미팅을 하며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서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미팅 때, 딸의 부름을 받고 저도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업체 사장님은 3D로 작업을 해와 실감 있는 화면으로 설명하였고, 변경 사항을 바로 수정하여 바뀐 모습을 보여주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보니까 머리로 생각했던 부분이랑 실제로 보이는 부분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 훨씬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실내 디자인 부분은 딸이 다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제가 이래라저래라 끼어들 자리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다 딸에게 맡겨 두고 제가 보았던 것은 주로 안전이나 이동 동선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안전은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사항이라 절대 소홀하면 안 되는 것이었죠.




가게를 꾸밀 때 들어가는 인테리어 공사 비용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희처럼 가정주택을 상가로 개조하는 경우는 권리금이 없습니다. 대신 건물 뼈대 말고는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까지 돈이 들어갑니다. 신축건물의 상가라면 기본적인 내장공사가 되어있어 활용할 부분이라도 있는데, 저희는 전혀 기댈 구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구옥이다 보니 노후된 부분이 많아 돈 들어갈 구멍들이 자꾸 늘어났습니다. 물론 장점은 있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새로 공사를 해야 하니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전적인 부분만 허락된다면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본인이 원하는 모습의 가게가 매물로 나와 있다면, 높은 권리금을 주고서라도 그 가게를 인수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당사자 본인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겠죠.


딸과 저는 인테리어 사장님과 세부적인 항목들에 대해서 검토를 해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필요한 사항들이 자꾸 눈에 띄고, 그게 또 꼭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보니 공사비용이 차곡차곡 추가되었습니다. 결국 당초 계획했던 예산을 크게 초과하고 말았습니다. 그다지 욕심낸 것도 었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해야 할 것은 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추가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리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딸은 매일 현장을 찾아 실제 공사를 하며 발생하는 세세한 결정 사항에 대하여 확인하고 컨펌하였습니다. 저도 몇 차례 현장을 찾았죠. 그렇게 미장작업, 목공작업이 진행되면서, 삭막했던 공간의 모습이 조금씩 틀을 잡아갔습니다.




딸과 함께 화초를 파는 농원을 찾았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책방온실인데, 최소한 화분 몇 개는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창가에 아주 작은 화단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딸은 개업선물로 조그만 다육이 화분을 준비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해서 찾게 된 것입니다. 한 선인장 전문 농원에 들렸습니다. 널찍하고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온실 안에 온통 선인장과 다육식물로 꽉 차있었습니다. 그 규모에 저절로 입이 벌어지더군요. 개업선물은 다육이 두 세종을 선별하여 날짜에 맞춰 거기서 사가지고 가면 될 것 같았습니다. 다음엔 화초를 파는 농원에 들렸습니다. 화초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 주인아주머니에게 상황 설명을 하며 여쭤보니 명쾌한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그 정도 규모의 화단이면 직접 만들어라. 전문가에게 맡기면 돈이 많이 든다. 재료는 내가 다 준비해 줄 테니까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배수가 중요하니 배수시설에 신경 써라. 화초도 비싼 거 하지 말고 저렴한 걸로 해라. 처음 키울 때 많이 죽는다. 경험을 쌓고 자신이 붙으면 그때 가서 비싸고 좋은 걸 키워라."


듣고 보니 구구절절 전문가다운 지당한 말씀이었습니다. 농원 한번 방문에 화초 준비에 대한 감도 익히고 해결 방안도 찾았습니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는 대로 농원에서 화초와 재료를 구입하여 직접 몸으로 때우면 될 일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딸과 에스프레소 커피 뽑고 음료 메뉴 정하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커피머신 구입하는 곳에서 실습을 합니다. 오래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는데, 워낙 오래되어 제대로 해낼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뭐 해보면 또 어찌 되겠죠. 요즘 하루하루가 색다른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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