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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y 14. 2024

팔고 싶은 것



딸은 왜 북카페를 하고 싶어 할까요?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책방을 하고 싶어 합니다. 다만 수익 문제로 책방에서 커피를 파는 것이죠. 딸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 내밀었습니다.


"아빠, 내가 팔고 싶은 것은 이거야."



그랬습니다. 딸은 책을 팔고 싶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커피를 팔고 싶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딸이 팔고 싶은 것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응원'과 '용기'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공간이 필요했고, 책이나 커피 같은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딸 자신이 위로와 응원과 용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도전과 좌절을 겪었고,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경단녀로서 많은 고민과 방황을 하였을 것입니다. 딸은 책을 통해서 안정을 찾고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건지도 모르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용기를 내어 북카페에 도전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습니다. 딸이 동업을 제안했을 때, '안돼,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데 북카페가 되겠나?' '아빠도 자영업을 해봤는데, 그거 돈도 안되고 정말 힘들다.' '그냥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이나 알아보는 게 어때?'하고,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실패할 이유, 실패한 경험담, 그저 평범한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대신에 속마음과 다르게 이렇게 이야기했었죠.


"그래, 네가 자신 있다면 우리 한번 해보자. 아빠가 최대한 도울께."





딸은 커뮤니티를 꿈꾸고 있습니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뭔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할 때, 서로 응원해 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커뮤니티.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이루어낸 작은 성공들을 발표하고, 서로 갈채와 환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대. 그러면서 점점 힘을 내고 성장해 가는... 가게에서 그런 모습을 꾸며나가고 싶은 것입니다.




딸이 디자인 한 가게 외벽에 달 간판 모습입니다. 딸은 이번 일에 정말 진심입니다. 열심히 하고 있죠.


다음 에는 실내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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