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호 May 07. 2024

멀고 먼 사업자등록의 길



가게 이름도 지었고 이제 사업자등록증을 내려고 합니다. 인테리어, 카페설비 구매, 도서 조달 등 이런 것들을 정식 계약하고 진행하려면 사업자등록이 되어야 가게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  만만찮은 자금소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은행대출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게 사업자등록입니다.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기 위한 절차를 알아보았습니다. 업종과 종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간이사업자로 할지 일반사업자로 할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알아보니 그보다 먼저 진행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영업신고입니다. 구청에 영업신고를 하고 난 후에야 사업자등록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서적 외에 커피나 음료를 팔려면 휴게음식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음식점업은 신고 또는 허가사항입니다. 그에 따라 영업신고 전 업주가 해야 할 보건증 발급과 위생교육을 받는 일입니다. 손님들에게 음식물을 팔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절차로 보입니다. 장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위생과 안전 같은 기본을 지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딸이 부랴부랴 위생교육을 받고 보건증도 발급받고 나서 영업신고를 하기 위해 구청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퇴짜를 맞고 말았습니다. 사유는 내부 시설공사가 80% 이상 진행되어있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설이 영업을 하기에 적절하게 준비가 되었는지를 본 후에 승인을 해준다고 하네요. 하, 절차가 복잡합니다. 결국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건 물 건너갔고, 먼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걸릴 데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물론, 카페설비, 도서 조달 등도 가게 명의로 정식 계약을 하지 못하게 생겼습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알아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은행대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처음 해보는 일은 변수가 많고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은 낙천적이네요. '이렇게 또 하나 배우는 거지 뭐.' 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빠만 속이 탑니다. 참고로 저는 철저하게 J형 인간입니다. 계획대로 안되면 스트레스 많이 받습니다.




딸이 예비사업자 대출을 알아본다고 은행에 다녀왔습니다. 저리로 창업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없다고 합니다. 사업자 대출은 있는데, 예비사업자 대출은 없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싹 없어졌다고 하네요. 아마도 정부는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데 뭐 하러 창업을 하냐? 지금 사업하는 사람들도 죽어나가는 형편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사업하고 있는 자영업자들 뒷바라지도 힘들겠지요. 그런데 자꾸 창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골치 아플 겁니다. 그러니 자금조달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창업을 못하게 막아 놓은 것 같습니다. 100% 가진 돈 없으면 자영업 창업도 힘든 세상입니다.


자영업 창업을 힘들게 막아놔서인지 우리나라 취업인구 중 자영업자 비중이 낮아졌다고 하네요. 2021년 기준 23%로 OECD 평균 17% 대비 크게 높았는데, 최근 2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숫자상으로는 점점 선진국에 다가서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어떨까요? 사업구조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걸까요? 아니거든요. 경기불황, 고금리 등의 여파로 인해 자영업이 몰락한 결과죠. 거기에 더해 직원들 다 내보내고 업주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자영업, 무급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경영 자영업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영업자 비중이 낮아졌다는 분석입니다. 웃픈 이야기입니다.


그에 따라 자영업자 외형이 대폭 쪼그라들었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을 올리는 자영업자가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수입은커녕 빚만 늘어나는 자영업자도 수두룩 합니다. 요즘 상가 중 두 집 건너 한 집이 임대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는 현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영업자 뒤치다꺼리에도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제발 더 이상 창업은 말아주세요! 그냥 집에서 노세요.' 그게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딸과 저는 가게를 열려고 합니다. 제정신인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딸은 대출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느긋합니다. 제가 걱정이 돼서 물어보니, '일단 마통으로 막고 나중에 사업자 대출받아서 메꾸면 된다'고 여전히 느긋한 입장입니다. 마통은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즉, 새로 창업을 하는 입장에서 더 높은 이자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마통이라도 갖고 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도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딸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육십을 넘긴 저보다 더 맷집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긍정적입니다. 물론 속으로야 이런저런 걱정이 많겠지만, 최소한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는 편안해 보입니다. 그런 딸 앞에서 제가 조바심을 보일 수도 없습니다. 아빠가 더 침착하고 든든한 모습을 보여 줘야죠. 그리고 현재 중요한 건 딸이나 저나 해보고 싶은 것을 한다는데 고무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창한 딸의 인생에서 이번 일을 통하여 소중한  얻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힘이 될 값진 경험을요. 딸이 이렇게 말합니다.


"하다가 잘 안되면, 또 되는 방법을 찾아야지."


맞습니다. 긍정주의자 딸은 잘 해낼 것입니다. 하다가 잘 안되면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대책 없이 의욕만 앞서는 게 아니거든요. 딸은 아이디어가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펼쳐나갈 첫걸음. 아빠는 딸을 믿고 그 길을 함께 가려고 니다.



: 올해 첫날 광안리 바닷가에서 일출을 맞으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이전 03화 가게 이름을 뭐라 지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