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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Apr 30. 2024

가게 이름을 뭐라 지을까?



"요즘 젊은 세대가 학업, 취업, 진로, 돈, 연애, 결혼 등 많은 문제로 마음이 힘들잖아? 그래서 나는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가게 이름을 뭐라 지을까 물어본 에게 딸이 한 말입니다. 딸은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해오고 있었나 봅니다. 바로 자기가 겪으며 느꼈던 상황들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가게 이름에 '온실'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면 좋겠어. 온실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와 용기를 주고, 파란 새싹 하나 정도는 마음에 심어 갈 장소. 그런 안식처를 꾸미는 게 내 꿈이야."


"온실?"


온실이 들어가는 온갖 단어들의 조합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온실풍경, 광안온실, 온실이야기, 온실향기, 커피향이흐르는온실, 온실책방, 온실속으로, 북카페온실, 온실광안리...



다음날 오전, 딸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가게 이름은 '책방온실', 문구류 브랜드는 '세르드레브'로 하기로 했음."


세르드레브는 불어로 '꿈의 온실'이라고 네요. 일방적인 통보. 수많은 내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이 처음부터 생각했던 바로 그 이름입니다. 그럴 거면 뭐 하러 물어봤을까요? 동업자의 의견은 듣되 결정은 내 맘대로 한다 이건가요? 나쁘게 보면 고집이 센 거고, 좋게 보면 주관이 뚜렷한 거겠죠. 뭐 사실 저는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일단 결정된 거에 만족할 뿐이죠.


그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 책방온실. 딸이 직접 디자인한 문패를 보내왔습니다. 새싹 떡잎 두장이 귀엽습니다. 떡잎 크기 가지고 둘이 옥신각신 했는데, 결국은 딸이 자기 고집대로 했습니다. 저는 떡잎 크기를 좀 더 통통하게 키우자고 했고, 딸은 다이어트가 필요했는지 날씬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어쨌건 무럭무럭 잘 자라야 할 텐데 말입니다.





다음날, 딸을 만났습니다. 의논할 게 있다고 하더군요. 카페에서 커피 한잔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의논할 게 뭔데?"


"가게 이름을 상표등록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딸은 이미 변리사사무실을 통하여 상호를 사용할 상품군과 등록가능성에 대하여 기본적인 사항을 알아본 뒤였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돈이죠. 가게 상호와 문구류 브랜드 외에도 디자인 그리고 문자와 그림이 결합된 상표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또 사용할 사업군별로 등록하려면 가짓수가 크게 늘어나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백만 원으로 불어나게 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리는 경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민이 될 수밖에요.


딸의 고민을 듣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누굽니까? 삼십 년 넘게 회사의 관리업무를 해온 사람 아닙니까? 게다가 실무자 시절 회사 특허권 관리업무를 한 경험도 있으니,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권 등에 대한 기본지식은 꿰차고 있었죠.


"일단 상호와 문구류 브랜드에 대한 기본적인 문자상표만 출원 하자. 나머지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필요할 때 천천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러다 다른 사람이 내가 만든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어떻게 하지?"


"야, 남들이 따라 할 정도면 이미 우리 사업이 대박 났다는 건데 뭐가 걱정이냐?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선 사용주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너의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받을 수가 있거든."


"아하, 그렇구나."


딸의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기본 상표 두 개를 하고자 하는 세 개의 상품군에 출원하였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만 해도 돈이 꽤 들었습니다.



이제 가게 이름도 정해졌고 상표 출원도 하였습니다. 다음엔 사업자등록을 하고, 인테리어, 커피설비도 알아보고, 책 구매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다 딸이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구경만 합니다. 그러나 딸이 도움을 요청하면 바로 뛰어갈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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