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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Jun 18. 2024

커피머신과 친해지기



가게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식물과 책입니다. 책방온실답게 식물의 중요성이 큽니다. 실내에 만들어 놓은 작은 화단도 채워야 하고, 구석구석 화분도 들여놓아야 합니다. 딸이나 저나 그 부분에 대한 감이 없어 전문가에게 의뢰해 놓았습니다. 예쁜 디스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소요 비용과 향후 관리의 용이성도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책은 초도물량 칠백 권 정도로 예정하고 공급업체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딸이 관심 분야를 전달하였고 거기맞추어 업체 담당자가  목록을 정리하여 견적을 준다고 합니다. 재고 회전을 감안하여 반품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책꽂이에 늘 똑같은 책이 꽂혀있다면 사람들 발길이 점차 뜸해지겠죠.


매일매일 가게로 배달되는 택배가 그득합니다. 가게를 꾸밀 가구며 집기며 소품까지 갖추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딸이 인터넷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선정하고 있습니다. 정말 편한 세상입니다. 만일 인터넷 없이 발품 팔아가며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면 보통 일이 아닐 것입니다. 딸의 쇼핑능력이 괜찮아서인지 인터넷 쇼핑으로도 구색 맞춰가며 잘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홀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습니다. 테이블, 의자, 보조의자에 소품 등까지. 각각 다른 곳에서 구입한 것인데 마치 세트인양 잘 어우러진 모습입니다.



책장이 놓여있는 에는 소파를 놓을 생각입니다. 소파에 편하게 앉아 책 보는 상상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소파  테이블에는 아이스 카페라테나 과일청 에이드가 놓여 있겠죠. 취향에 따라 따끈한 걸 드셔도, 차가운 걸 드셔도 좋습니다. 혹시 구움 과자나 제가 구운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이 곁들여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지트 같은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은 편하게 반쯤 누워있어도 되는 곳입니다. 가끔은 곳에서 소모임이 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곳. 때로는 곳이 작업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딸이 통신판매도 계획하고 있거든요. 물량이 늘어 작업장으로 쓰는 날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포함하여 카페설비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문가가 와서 커피가 제대로 추출될 수 있도록 세팅도 잡아주었습니다. 오른쪽부터 커피 자동 그라인더, 자동 템핑기, 에스프레소 머신, 냉온수 공급기가 차례로 놓여 있습니다. 그 밑에는 제빙기가 있네요. 기계가 알아서 각얼음을 잘도 만들어 냅니다. 아주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이제 기계와 친해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매일 가게로 출근하여 에스프레소 뽑고 커피 만드는 연습을 합니다. 마침 가게에서 사용할 잔이 도착하여 핫 아메리카노와 핫 카페라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잔이 조금 큰 것 같습니다. 윗면에 여유 공간이 많네요. 딸이 그럽니다.


"잔을 작은 걸로 바꿔야겠네."


역시 머리로 그렸던 모습과 실제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딸은 커피 맛보다 먼저 사진으로 찍었을 때 예쁜 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모양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빈 공간을 얼음으로 채우면 되니 잔 크기에 그다지 민감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핫은 불합격, 아이스는 합격입니다.



며칠 동안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졌더니 핫,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카페라테는 손에 조금 익었습니다. 핫 카페라테는 우유 스티밍하고 잔에 따르는 연습이 더 필요합니다. 라테아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하트정도는 그려야겠죠. 과거에 바리스타 과정 배울 때 곧잘 그렸는데 다 잊어버렸습니다. 손 감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합니다.


커피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피맛이 일정하도록 머신관리도 중요합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 맛을 보고 이상유무를 체크해야 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커피 양과 시간, 그라인더에서 분쇄되는 원두 입자와 중량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원두 관리도 중요합니다.


오늘도 가게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내렸습니다. 포타필터를 타고 진한 갈색향이 흘러내립니다. 온수 250g에 에스프레소 투샷을 넣어 아메리카노를 만듭니다. 한결 은은한 맛과 향이 목을 타고 넘어갑니다.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집니다.


우리 함께 커피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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