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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책방온실은...

북카페 점원의 일상이야기

by 이은호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아담한 이층집. 그 이층에 작은 북카페 책방온실이 있다.


딸이 사장이고 아빠가 점원. 딸과 아빠가 함께 꾸며 나가는 책방온실에는 책, 커피, 문구류 그리고 꿈이 있다.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맛있는 커피 한잔 하며 쉬기도 하고, 때로는 운명 같은 책 만나기를 꿈꿀 수 있는 곳. 그러한 바람을 안고 매일 가게 문을 연다.


창문 열고 실내 공기 순환시키고, 구석구석 청소 마치고, 커피머신 세팅하면서 오늘의 커피 맛을 본다. 그러고 나서 좋아하는 카페라테 한잔 내려 창가로 간다. 골목길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오늘은 어떤 손님이 찾아주실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때로는 초등학생이, 때로는 유아를 동반한 새댁이, 때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들르기도 하지만, 주 손님층은 젊은 여성분들이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답게 다들 선한 인상이다. 가게 문을 연지 일 년이 다되어가지만 당연히 얼굴 붉힌 적이 한 번도 없다.


슬슬 가게가 알려지면서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책방투어에 선정되어 사람들이 다녀가고, KNN 부산방송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책을 낸 작가님들 북토크도 있었고, 국어선생님들 모임도 있었다. 가게 사장님 주관으로 독서모임, 글쓰기모임, 취미모임에다가 연말파티도 열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쁜 건 멀리서 일부러 찾아 주시는 손님들이다. 진주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거기에 더해 브런치 이웃작가님들의 방문은 또 다른 감동이고 기쁨이었다.



책과 사람.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특히 활자로 인쇄된 종이책은 더욱 그렇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 한 장씩 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넘기는 책. 진하게 인쇄된 활자만큼이나 진하게 가슴에 남는 글귀를 읽어 내려가는 것. 그리고 옆에 놓인 차 한잔. 그러한 감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책상 앞에 앉혀놓고 책장을 넘기게 하는 게 아닐까.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인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작가님 글에서 본, 인간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말. 그 여정에서 좋은 책이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할 것도 같다.


책방온실 사장님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오늘도 신중하게 도서를 선정하여 주문을 넣는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내어 가게를 꾸민다. 식물을 가꾸고, 문구류 디자인을 하고,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이벤트 행사를 구상한다.


북카페 책방온실을 찾아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이 작은 공간이 그래도 작은 기억으로라도 남기를 소망하면서, 오늘도 가게 문을 활짝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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