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공휴일. 회사에 다닐 때는 늦잠을 즐기는 날이었다. 그러나 얼떨결에 북카페 점원생활 오 개월 차에 들어선 지금은 아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준비를 해서 49번 시내버스를 타고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내려 가게로 간다. 문을 열면 익숙한 공간이 나타나고, 그때부터는 이미 몸에 익은 순서대로 오픈 준비를 한다. 창문 열고 청소하고 커피머신 세팅하고 커피 시음하고. 준비가 끝나면 카페라테 따뜻하게 한잔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오실까? 얼마나 오실까? 걱정반 기대반이다.
요즘 가게 컨셉이 자주 바뀐다. 시월말 핼러윈 컨셉에서 이제 크리스마스 컨셉이다. 가게 사장은 모든 일에 진심이고 적극적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주저 없이 한다. 투자금 회수는 그다음이다. 반면에 회사 다닐 때 기획업무로 잔뼈가 굵은 점원만 속이 탄다. 그렇게 쏟아부어서 어쩌려고. 하지만 사장이 꾸며놓은 공간을 보면 예쁘기는 하다. 사장의 원칙 일 순위. 가게는 예뻐야 한다. 속으로 한마디 한다. 그래 너 잘났다.
오 개월 차에 접어들고 보니 그동안 많은 손님이 찾아주셨다. 기분좋은 손님들이 방문할 때도 종종있다. 엄마와 함께 다락방을 찾은 여자아이가 그림책을 정성껏 만들어 선물이라며 주고 가기도 하고, 멀리 진주에서 오로지 우리 가게를 방문하기 위하여 찾아준 손님도 있다. 이 손님은 어제 세 번째 방문을 했다. 손님이 내가 만든 파운드케이크를 먹고, '정말 맛있어요'해줄 때는 기분이 우쭐해진다. 맛있다고 별도로 포장해서 가져가는 손님도 있다.
그래서인지 사장은 파운드케이크 종류를 더 개발하라고 은근 압력을 준다. 그러나 힘에 부치는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취미생활로 홈베이킹을 할 때였으면 벌써 이것저것 만들었겠지만, 취미와 판매용은 엄연히 다르다. 충분한 검증과정이 필요하고 자칫 가짓수가 늘어나면 낭비요소도 커진다. 그래서 항변한다. 커피팔기 위한 구색으로 디저트를 만드는 거지 디저트가 주가 아니라고.디저트 가짓수를 늘리다 보면 커피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러면 내가 절단 난다.
이 글을 다 쓸 때까지 손님이 오지 않는다. 간식용으로 만들어둔 단팥소보로빵 하나를 꺼내 커피와 함께 먹는다. 누가 만든 건지 맛있다. 창을 통해 햇살이 따땃하게 들어오고 몸이 노곤한 게 졸음이 온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PS. 12시 조금 넘어 글 올리고 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손님들이 오시네요. 한창 바쁘게 동분서주 했습니다. 점심도 다 식은 삼각김밥으로 허겁지겁 때우고. 그러다 오후 다섯 시가 넘으니 썰물 빠지듯 손님들이 빠지네요. 다락방에 한 팀 남았습니다. 그래도 몇 시간 바쁘게 일했으니 오늘 점원 역할은 그런대로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짬이 나서 후기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