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점원의 일상이야기
북카페를 폐업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골칫거리 중 하나가 판매용 책을 어떻게 처분하나였다. 고민하는 사장님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해 주기 위하여 내가 호기롭게 말했다. 그리고 뭐 사실은 사장님의 능력을 믿는 구석도 있었다.
"일단 할인해서 파는 데까지 팔아보자. 그래도 안 팔리는 건 내가 다 살게."
며칠 후, 사장님이 SNS를 통하여 가게 폐업 공지를 하고 책팔이에 나섰다. 그간 활발하게 소통했던 덕일까, 두세 권에서부터 몇십 권까지 많은 분들이 화답을 해주셨다. 먼 곳에 사는 분들은 택배로, 가까운 곳은 직접 방문하여 책을 데려가셨다.
SNS의 힘은 놀라웠다. 사장님이 매일 아침 책장에 남아있는 책들 사진을 올렸고, 주문을 받았다. 하루 이틀 사흘. 하루가 다르게 책장에 책들이 쑥쑥 빠져나갔다. 그러다가 타지에서 북카페를 하시는 사장님이 직접 방문하여 한꺼번에 150여 권을 데려가고 나서는 책장이 텅 비어 버렸다.
당초 600여 권의 재고에서 100권이나 남았을까. 이제 남은 기간 동안 팔리건 안 팔리건 별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 사장님의 부지런함과 SNS 덕분에 커다란 골칫거리 하나가 해결되었다.
가게 마지막 영업일이 3월 29일이다. 당초 계획은 4월 5일이었으나, 다음 세입자와의 일정조율 과정에서 당겨졌다. 애초 투자금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권리금도 조금 받았다. 시원섭섭. 하지만 다 결정되고 나니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크다.
폐업공지를 하자 그동안 가게를 찾아주었던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셨다. 특히 주말에 열리는 각종 모임에 적극 참여하셨던 분들의 섭섭함이 더 컸다. 단골손님 한분은 '그동안 아지트 같은 공간에서 쉼과 위로를 받았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며 아쉬움 가득한 편지를 남겼다. 그 편지를 읽으며 사장님이 눈시울을 붉혔다.
비록 가게는 접더라도, 사장님은 그동안 주도했던 모임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어쩌면 더 좋은 장소에서 더 좋은 내용으로 선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북카페 점원생활을 끝내고 다시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사장인 딸은 비슷한 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2년 동안 북카페를 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너무나도 많이 하였으니까.
손님 없는 시간, 카페라테 한잔 내려서 창가 테이블에 앉아 밖을 바라다본다. 여느 평일과 다름없는 풍경이지만 뭔지 모를 감정이 파고든다. 고개를 흔든다. 씁쓸고소한 커피 한 모금 넘기며 쓸모없는 감정을 지그시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