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빵 만들기

북카페 점원의 일상이야기

by 이은호


가게에서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로 미니 파운드케이크를 팔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집에서 빵을 구워 가게로 가져간다. 파운드케이크는 당일 소비가 아니라 냉장고에 하루이틀 숙성해서 먹으면 더 맛있기 때문에 가게 사정과 딱 맞다.


영업종료일 이틀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빵을 구웠다. 파운드케이크 4종 중 인기가 있는 초코와 얼그레이. 초코에는 코코아파우더, 다크초콜릿, 쿠키칩이 들어가고, 얼그레이에는 얼그레이티 분말과 화이트초콜릿이 들어간다. 둘 다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여서 넣는다.


소량으로 만들다 보니 한판에 두 가지를 반반씩 굽는다. 버터 풀어주고 설탕 계란 차례로 넣어 휘핑하여 크림화한 후, 양을 똑같이 두 개로 나눈다. 그러고 나서 하나는 초코의 길로, 다른 하나는 얼그레이의 길로 간다. 그동안 수십 번을 만들다 보니 생각에 앞서 몸이 먼저 반응하여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에 따라 산출물 역시 균일한 결과로 나타난다.



완성된 빵을 캐리어에 담아 가게로 향하는 길. 비록 소량이지만 이 빵은 다 팔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 양심껏 좋은 재료로 정성껏 빵을 만드는데, 손님에게 끝내 선택받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들이 있다. 비싼 재료와 들어간 정성을 생각하면 아깝기도 하고, 선택받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


가게 책장에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거진 팔려나가고 소량이 남아있다. 옆 친구들이 하나둘 팔려가는데 끝내 선택받지 못하고 남겨진 애들. 책방지기가 책을 들일 때, 손님들에게 사랑받기를 희망하며 들였는데, 책장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난 애들. 이 아이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폐기처분? 무료 나눔? 일단은 사장님과 내가 나눠서 집으로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초에 '남는 책은 내가 다 살게.'하고 큰소리쳤지만 내가 다 데려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말 내 취향이 아닌 책들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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