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점원의 일상이야기
가게 마지막 영업일. 아침 9시, 평소와 똑같이 광안리행 49번 버스 타고 가게로 향한다. 화사한 봄볕에 맑은 날씨. 폐업하기 딱 좋은 날이다.
일층 입구. 닫힌 문 열고 계단을 오른다. 삐삐삑. 비밀번호 눌러 현관문 열고 가게에 들어선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초록의 온화한 기운이 주인을 반긴다.
늘 그랬듯 부지런히 청소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세팅한다. 25~30초 사이에 33g 내외의 커피. 오늘은 26초에 32.2g이다. 뜨거운 물에 타서 아메리카노 맛을 본다. 익숙한 향과 맛. 합격이다.
글쓰기 모임도 오늘이 마지막. 오픈 준비 끝내고 나서 일층 입구로 가 안내문 붙이고 입간판으로 입구 봉쇄. 잽싸게 올라와 홀 창가 자리에 노트북 펼치고 심호흡을 해본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글 쓰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함께 살펴보면서 의견을 나누는 건 대단한 즐거움이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표현했는지, 다른 표현은 없는지, 약간의 위트나 과장이 첨가되면 어떨지 등 할 말이 많다. 이런저런 이야기에 주어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글씨기 모임이 끝나고 혼자 남은 시간. 카페라테 한잔 만들어 놓고 잠시 숨을 고른다. 그동안 길들여진 맛, 씁쓸 고소함. 이것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한 모금 한 모금이 소중하다. 이제 어디서 또 이런 커피를 맛보랴. 하트의 긴 꼬리 따라 마음 한구석에 여운이 흐른다.
오후시간. 손님들이 꾸준히 가게를 찾는다. 지나는 길에 들른 분들도 있고, 가게 문 닫는다는 소식에 일부러 찾아오신 분들도 있다. 다들 마지막 날을 기념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한편으로는 마지막 날, 한가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바쁘게 정신없이 보내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바쁘게 보냈다.
기운 빠지는 늦은 오후. 이번에는 말샷추로 기운을 돋워 본다. 적당한 시원함과 카페인으로 정신도 차리고, 쌉쌀 고소함에 미각도 깨워 본다. 이 음료도 오늘이 마지막. 빨대로 쪽쪽 빨아 얼음만 남은 투명잔을 만든다.
오후 6시 반. 손님들이 다 끊겼다. 조금 전까지도 음료 마시며 책 읽고 있었는데. 손님들이 썰물처럼 다 빠져나가고 빈자리만 남았다. 더불어 맥이 풀린다. 아, 이렇게 마지막 날 영업이 끝나나. 아쉬운 마음에 가게 곳곳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사장님의 정성이 가득 담겨있는 공간. 지난 2년간 많은 사연들이 있었던 곳. 그러나 여기까지다.
7시. 아내와 딸 내외 그리고 외손자가 가게로 왔다. 잠시 머물다 사장인 딸이 간판 불을 내렸다. 그러고 나서 다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쫑파티.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서로서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며 잔을 부딪혔다.
마지막 날도 평소의 하루처럼 그렇게 잘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