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권하는 그녀에 대하여

by 이산

집사람이 이별을 원한다. 이제 더이상 나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아니 나와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30년의 결혼생활이 위기다. 나는 버려진 느낌으로 분노와 슬픔 그리고 좌절의 감정이 휘몰아친다. 결혼생활중 나의 태도를 반성하고 그녀를 잡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새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나 괘씸한다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여하간 나는 아직 이별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 어느날 아침 잠에서 깨어 나니 30년의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는 느낌이다.

나는 왜 그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30년의 시간이 아깝고 관성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까. 우선 나는 혼자의 삶을 두려워한다. 혼자만의 외로움과 버려졌다는 열패감이 인생을 실패했다고 느끼게 한다. 삶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이 이혼을 하고 혼자 산다. 그들이 다 거치고 극복한 외로움을 나는 왜 자신없어 하는가. 유독 가슴 허전한 열패감의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버려지는 느낌이다. 그건 집사람을 평등한 동반자가 아니라 나를 언제나 받아주는 엄마로 착각한 것 아닌가. 응석을 부리고 사고를 쳐도 끝내는 받아들여지는 모성애 같은거. 더불어 나이들어 혼자 사는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수령같은 외로움과 초라함을 어찌 감당하겠는가.나는 그녀가 필요해서 놔주지 못한다. 그녀의 삶과 생각 그리고 행복과 관계없이 그녀가 없이는 내가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별을 꺼리고 있다.

그녀의 어떤 점을 나는 필요로 하는가. 그녀는 진지하다. 진지하여 차분하다. 나를 잘 이해하고 있어 많은 설명과 설득이 필요없다. 그녀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적을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지금 그녀가 아니라 누군가가 필요한 것인가. 그저 좀 더 편한 그 누군가가 그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딸과의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