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지, 화성 전곡항 주변 이야기
한 달 전이던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티켓을 아들이 띠~익 보내왔었다. 남편과 부근의 CGV에서 영화 한 편 보고 나왔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쯤 지나면서부터 연일 기사가 뜨더니 천만관객을 넘어서는 영화가 될 줄이야. 유해진 박지훈배우, 그리고 장항준감독이 날마다 화제다. 몇 달 전 기록해서 서랍에 넣어두었던 유해진 배우의 영화 '럭키'를 꺼내어 다시 읽어보는 중이다.
기억상실이란 것은 과거의 경험이나 정보를 잊어버리는 것으로 흔히들 알고 있다. 우선 드라마에서 큰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후 생판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는 걸 보곤 한다. 또 나이가 주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억의 인과관계가 만들어 내는 현상으로 우리에게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하고 재미도 주는 영화 '럭키'. 기억이 뒤바뀐 사람의 유쾌한 코믹 영화 한 편이 있다. 영화가 끝나면 떠나보고 싶은 영화 촬영지 화성의 전곡항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도 알아챈다.
영화 '럭키'는 2016년도 작품으로 배우 유해진의 온전한 존재감과 유쾌한 뒷맛을 전하는 영화다. 코믹한 영화인 듯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내면의 실존적 문제도 던져준다. 기억을 잃었지만 몸에 밴 생활 습관이나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인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무겁지 않게 알려준다. 계절이 바뀌고 헛헛한 마음속 가득 채울 즐거움도 전한다. 특히 영화 마지막 화면에 펼쳐지는 화성 전곡항의 고급 요트와 보트가 정박해 있는 이국적인 풍광이 더욱 인상 깊다.
영화 제목 ‘럭키’는 행운이란 뜻의 ‘Lucky’인 줄 알기 쉽지만 사실은 행운의 열쇠 ‘Luck-Key'다. 주인공인 킬러 유해진(형욱 역)과 막막한 인생 이준(재성 역)의 운명이 목욕탕 열쇠로 인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빗속에서 거침없는 살인을 한 후 형욱은 차를 몰아 허름한 형제목욕탕으로 간다. 몸에 묻은 피를 씻고 나올 참이었는데 목욕탕 바닥에 떨어지는 비누를 밟으며 미끄러지는 킬러 유해진, 그리고 뇌진탕을 일으켜 기억상실이 되어버린다. 눈을 뜨니 병원이었고 자신이 누구였는지 알 수가 없다.
또 다른 인물 재성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막막한 삶을 사는 무명 배우다. 옥탑방 월세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 목을 매어 생을 마감하려는 중이었다. 몸의 냄새를 지적하는 주인집 여자의 말에 마지막으로 목욕탕에 간다. 거기서 미끄러져 정신을 잃은 남자의 라커룸 키를 자신의 것과 바꿔치기를 한다. 탈의실에서 킬러의 번쩍거리는 명품 시계와 양복을 바라보았던 그 남자의 Key다. 이것이 정말‘Luck-Key'가 될 수 있을지.
이제부터는 두 개의 공간이 보인다. 킬러가 살았던 고급스럽고 호화로운 공간과 무기력한 청년의 지저분한 옥탑방이 대비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지금껏 살아온 생활 태도와 습관이 인생을 만들고 여전히 그들의 앞날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완벽한 청부살인을 수행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형욱이 앞날이 보이지 않는 배우 지망생의 인생으로 뒤바뀌었지만 본능이 발현한다. 일단 난장판의 옥탑방이 말끔해진다. 칼질이 뛰어나 요리도 잘하고 엉뚱하게도 연기 수업을 받고 자신의 현실을 꼼꼼히 기록하며 정리 정돈한다.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프로페셔널의 본성이 번쩍이기 시작한다.
극심한 현실에 자살까지 고민하던 재성은 졸지에 럭셔리한 인생이 된다. 신분 바꿔치기를 했지만 제 버릇 누구 못 준다. 하루만이라도 폼나게 살다가 죽자는 인생관이다 보니 고급스러운 집은 어지럽게 널브러지고 허세와 낭비의 나날이다. 그러나 자신이 킬러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 불안에 빠진다.
또 다른 등장인물 중 구조대원 리나(조윤희)는 형욱을 병원으로 이송해 주고 그 후 지속적으로 챙겨주게 되면서 친밀해진다. 요즘 많이 알려진 드라마 ’더 글로리‘의 임지연 배우도 신인 시절의 푸릇푸릇한 모습으로 한몫한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사소한 일상의 습관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는 걸 말해준다. 영화 전개가 빠르게 흘러가면서 틈틈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 코드를 적절히 배치해서 지루할 수 없다. 웃음 속에 진심이 있고 메시지가 느껴진다. 적당히 가벼운 자연스러움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물론 유해진의 위화감 없는 코믹 연기가 몰입감을 준다. 참바다씨 유해진 배우의 안정적인 연기와 설득력 있는 캐릭터 분석이 공감과 재미를 유발한다. 인물관계의 절묘한 입장 차이와 유해진의 디테일한 매력의 연기가 멋지게 영화를 마무리한다.
관객 약 700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 동풍까지 일으킨 영화 ’럭키‘는 경기도 화성 전곡항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끝을 맺는다. 전곡항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수려한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항구다. 서해안 최고의 요트 정박지인 전곡항의 시원한 코발트블루의 풍경과 럭셔리한 요트를 구경하고 나면 절로 힐링이 된다. 여유가 있다면 요트투어도 해볼 만하다.
기왕 간 김에 전곡항 주변 수산물센터에서 생선회를 먹거나 바지락 등의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를 맛볼 일이다. 수산물센터는 넓진 않아도 수족관을 옆에 두고 메뉴를 고르거나 요트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한 끼 식사하는 여유로움을 누릴만하다. 신선한 해산물이나 갖가지 건어물, 김장철을 앞두고 짭조름한 젓갈을 구입하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 고렴산 수변공원 둘레길과 서해랑 해상케이블카
전곡항 저편으로 화성의 고렴산이 인접해 있다. 이곳에 해안 길을 옆에 두고 친환경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둘레길을 걷는 힐링 코스로 사람들이 찾아든다. 야트막한 고렴산 수변공원을 둘러보며 조붓한 산길을 걸어 올라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상쾌하고 멋진 시간을 선사한다.
아담한 산이지만 오래된 노송들이 숲을 이루었다. 산길이 가파르거나 시간이 걸리는 길이 아니어서 천천히 산책하기 딱 좋다. 걷다가 고개만 조금 돌려도 바다가 푸르다. 물이 빠지면 진득한 갯벌이 보인다. 숲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보내기만 해도 시간이 훌쩍 간다. 10분 정도 걸어 전망대까지 오르면 다시 건너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데크를 따라 내려가면 케이블카 전곡 승강장이 나타난다.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바다 위의 해상케이블카가 이 구간을 왕래한다. 서해랑제부도 해상케이블카는 2.12km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다. 쉼 없이 오가는 케이블카를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뻥 뚫린다. 전곡 승강장 1층에 매표소와 레스토랑이 있다. 매표는 현장에서 하지만 네이버에서 미리 온라인 예약하고 오면 약간의 할인도 받고 더 편리하다. 2층에도 매점과 카페, 3층의 케이블카 승강장과 야외테라스와 옥상 전망대에서 전곡항을 넓게 내려다볼 수가 있고 공간을 예쁘게 조성해 놓았다. 산과 바다의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고렴산 수변공원은 특히 선셋 타임의 야경이 환상적이다. 노을 무렵이면 멋진 사진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찾아드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는 전곡항의 새로운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하루쯤 이곳에서 가을날의 추억을 만들어 볼 만도 하다.
-여행지에서 장보기의 즐거움, 전통시장과 로컬푸드 매장
바다와 인접해 있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화성의 재래시장에서는 해산물 구입이 쉽다. 향남 지역의 발안시장은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다. 특히 3.1 운동과 관련이 있는 만세의 본고장을 살리는 의미로 2013년 공식적으로 발안만세시장(發安萬歲市場)이 되었다.
발안시장의 특이한 점은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다문화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그들의 먹거리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화성이다. 화성판 이태원이라는 말도 있듯이 지나다 보면 기호처럼 생긴 낯선 글자의 간판들도 자주 눈에 띈다. 중국이나 연변, 베트남, 투르크 인들의 다문화 가게나 식당도 흔하고, 방석처럼 생긴 크고 둥근 키르기스스탄빵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다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가 있는 발안시장은 끝자리 수가 5일, 10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전곡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봉담 로컬푸드도 들러볼 만하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운송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말한다. 신선도와 영양이 풍부한 제철 먹거리 로컬푸드 매장도 타 지역에 비해 유난히 많은 화성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만 진열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건강한 먹거리에 가격도 착하다. 화성의 염전에서 생산하는 전통 천일염이나 지역의 고유 품종인 수향미가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