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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n 01. 2017

수섬의 밤하늘

별궤적과 함께한 2017년 수섬의 추억






이미 지난해에 개발로 인해 수섬이 폐쇄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수섬을 찾았고 사라져 갈 수섬의 풍경을 담느라 카메라를 든 사진인들도 몰려들었다. 아쉬움 속에 지난해에 그렇게 수섬과 마지막을 보냈는데 올해도 다녀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가까운 사진 친구가 가보자고 연락을 해왔다. 올해도 그곳엘 들어갈 수 있다는 정보를 보고 가볼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마침 친구 병문안 중이었는데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와 숨차게 합류했다.  


이번엔 별궤적을 찍어보자는 것이다. 

네시쯤 출발해서 한 시간 조금 더 걸려서 도착한 수섬은 무척 더웠다.
오후 빛에 반짝이는 삘기가 드넓은 수섬에서 일렁인다. 바라보며 두근두근 설렌다.
이런 자연이 있어주어 렌즈를 통해 바라보고 설렘도 가져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함께 한 일행들과 마음껏 즐거워하며 그 섬을 가로질러 느릿느릿 여유롭게 걸으며 바위섬인듯한 작은 언덕 아래 자리를 잡았다. 

새하얀 삘기가 바람에 잔잔히 흔들릴 때마다 들릴 듯 말듯한 바람소리가 귓가에 스치는 듯하다.
서서히 서쪽으로 넘어가는 뜨거운 태양이 섬을 비추며 색감도 변화해 간다. 솜털처럼 흩날리는 삘기 밭을 휘저으며 일몰경도 담고 숨막히는 매직 아워의 풍경 속에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누렸다. 

이럴 때마다 생각을 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 멋진 풍경을 담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이 자연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꿈처럼 행복한 것을...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같은 영화 속에서 내가 서 있었다.  광활한 들판에 수많은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던 곳, 그래서 한국의 세렝게티라 불리는 아름다운 초원 위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비길 수 없이 짜릿하다.~

점점 어둠이 짙어지고 별궤적을 찍기 위한 세팅을 했다.
이 날따라 별이 많지도 않았고 주변의 불빛이 많아서 생각보다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릴리즈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촬영이 순조롭지 못했지만 그다지 안타깝지는 않았다. 사진을 담는다는 행위보다는 그 시간 속에서 충만했던 순간들이면 더 바랄 게 없었으니까.
별이 쏟아지는 그 섬에서 서성이다가, 또는 텐트 속에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어둠 속의 섬을 바라보는 것도 신비롭다. 자정이 넘어서 촬영을 마감하고 귀갓길을 서둘렀다.

"섬에서 길을 잃다."
한 밤중에 섬을 걸어 나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 공포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함께라면 문제없을 거란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저 멀리서 뒤따라 오고 있던 또 다른 팀의 불빛을 보고 도움을 받았다. 칠흑처럼 깜깜한 어둠 속에서 가시덤불을 헤치고 진흙탕에 발이 빠지고 돌부리에 걸리며 잠깐씩 두려움에 떨었던 시간들, 하루 지나니 특별한 경험이었고 즐거운 추억이 되어 이젠 서로 즐거이 박장대소를 한다.

내게 그런 추억을 남겨준 올해의 수섬이 내년에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송산그린시티라는 개발 붐에 편승하여 이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진다니 아쉬울 뿐 아니라 화가 난다.
개발만이 시대의 흐름인가, 훌륭하신 행정가들께선 이런 섬은 보존하고픈 생각을 도무지 못하시나.
부디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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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의 수섬 글...    

https://brunch.co.kr/@hsleey0yb/21

해지기 전의 새하얀 삘기가 바람에 일렁이며 눈부시다.



뉘엿뉘엿 해넘이를 시작하던 무렵 세상이 금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하여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가슴 가득 전해주는 충만함~



거기 내가 있다는 사실이 뿌듯~



그 바람 소리 들으며 빨간 의자에서 가져보는 휴식은 어떤 맛일지~


정녕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아닌가...
영화 속의 장면이 주마등처럼 휙휙 지나간다.

2017. 5. 아름다운 수섬 안녕...






https://www.youtube.com/watch?v=oTu9G5raoV8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7183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7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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