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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04. 2016

수섬, 안녕~

음악과 함께 ♬~







수 억 년 전 바다였다가 다시 육지로 변했다가 이젠 또 무엇으로 변할 것이라는 곳.
바다 위의 작은 섬으로 오롯하던 수 섬이 시화방조제로 인해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고 넓디넓은 짭짤한 땅에 뿌리를 내린 삘기가 해마다 가득가득 피어나는 곳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함초들도 자리 잡고 있어서 줄기 하나 뜯어 맛을 본다. 짭짤한 그 맛이 나쁘지 않다.

5월 무렵부터 절정인 삘기를 담으러 카메라를 메고 찾았던 날이 올해는 초여름이다.
벌써부터 초여름 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가끔 불어주는 바람이 고맙지만 땀은 쉬지 않고 흐른다.

일 년 전에도 이 년 전에도 찾았던 수 섬이 개발로 인해 내년이면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마지막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연일 찾아들고 있다. 전 같았으면 방목된 소떼들로 목가적인 평화로운 정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소떼들도 나올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한국의 세렝게티라 불리던 것도 소떼들 덕분이 아니던가.

이 멋진 풍경을 없애야만 하는 걸로 결정을 해버리는 무자비한 사람들이 답답하고 한심할 지경이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섬이 그 인간의 손으로 뭉개질 처지다. 반짝이는 삘기들의 일렁임에 바람도 노을도 가고 별빛도 달빛도 숨 막히게 아름다울 수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주차장이 폐쇄되었다.
철조망으로 난 커다란 구멍으로 많은 사람들이 출입하고 있었고 거길 통해 삘기 밭에 들어섰다.
멀리 철탑이 보이고 형도가 뿌연 안개에 반쯤 가리어진 채로 마주 보인다. 마치 영화의 첫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국적인 풍경에 모델들까지 대동한 출사팀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살짝 찍어볼 수 있었다. 고맙게도 그들이 묵인해 주었다. 사진을 찍다가 보면 일행들이 삘기꽃의 숲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곤 한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과 같은 재미도 있다.

해가 지면서 노을빛에 반짝이는 삘기의 아름다움에 경탄한다.
그 아름다움을 다 담아낼 수 없는 실력이 안타까울 뿐. 곳곳에 카메라를 세팅하여 놓고 기다리던 진사들이 노을이 온 대지를 물들이니 준비한 듯 끊이지 않고 셔터 소리가 경쾌하게 터진다. 아... 가슴 뿌듯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한낮엔 수섬의 바람과 한 판 놀고, 저녁엔 황금빛 삘기의 반짝거림에 가슴 뛰던 하루...

이젠 안녕,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독지리 634-8
*
*
*
그러나
기다린다.
어느 날 뉴스에서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수섬에 아파트나 호텔 따위를 짓는 무분별함은 취소되었고 수섬의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기 결정했음>을 알리는 앵커의 또랑또랑한 멘트를~>




https://brunch.co.kr/@hsleey0yb/101

즐거운 시간을 위해,

사색의 시간을 위해 그 공간을 배려하는 수섬에  고맙습니다.


노을이 내립니다.
저 멀리 사자 한 마리 어슬렁 걸어온다면 
아... 저절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이 멋진 자연을 볼 수 있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아듀,수섬...



영화(Out Of Africa, 1985) 삽입곡인 ♬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작품 622 제2악장,

Dana Winner의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 



                      

https://www.youtube.com/watch?v=FHpAPuXCTMQ

https://www.youtube.com/watch?v=3XgyYCYa4w8&list=RD3XgyYCYa4w8&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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