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3월

그대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새롭기를...

by 리즈







몇 년 전 어느 지원서를 심사한 적이 있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주로 지원하는 분야였는데 하는 일은 거의 봉사활동에 준하는 어렵잖은 일이지만 나름의 관련(전문?) 능력을 필요로 했다. 놀라운 것은 지원자들의 스펙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기억한다. 치열한 사회적 경쟁과 전문성을 발휘하는 임무 속에서 지냈던 분들이 제법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구조화된 냉정한 조직사회에서 벗어나 이제는 느긋한 시간 속에 계시는 분들이었다. 어쨌든 감히 내가 심사할 분들이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기준이 있었고 기준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는 할 수 있으므로 공정하게 임무처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나이 좀 든 고경력 인력이나 파워시니어들이 급증하는 걸 본다. 그나마 그중에서 젊은(?) 편이거나 특별한 인력일 경우 더러 일자리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점점 나이가 많아질수록 비집고 들어갈 활동영역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소소한 일에 참여의사를 보여준 그분들의 마음이 소중하다. 재능 나눔의 마음이거나, 일상의 심심풀이 일수도 있고, 평생 일하며 살아온 흐름을 조금이나마 유지하는 기분으로 참여했을 수도 있다. 자신 속의 감성을 여전히 지닌 채 또 다른 새로운 시간을 맞으려는 건 바라만 보는 것과는 영 다르다.


어느 대화 속에서 비슷하게 에둘러 이런 예를 말했더니, 오머... 그래그래, 대단해... 멋진 분들이다. 다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용기 내어 도전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부럽다는 말도 한다. 소소한 것들이 주는 보람과 행복감과 작으나마 일의 소중함에 입을 모은다. 늘 새로움을 향해 열려있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중 아직도 잊히지 않는 말이 있었다. '난 몇 푼 받자고 그런 일 안 한다.' 간단히 일축하던 어떤 이의 말... 대체로 대가와 연결된 잣대를 늘 지닌 그였기에 굳이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있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당연히 생각도 다를 수 있으니 뭐... (확실한 건, 만일 지원했더라도 선정될 리 없는 분이긴 했다)



기다리던 봄이 왔는데도 너무 빠르게 내 앞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날마다 햇볕의 농도가 달라지고, 봄꽃은 피고 지고, 어느덧 꽃눈이 되어 날린다. '늘 같은 날들이지 뭐'...라고 말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늘 새롭기만 한 날들이다. 늘 만나는 사람들도, 늘 바라보는 바깥 풍경도, 늘 마시는 차 한잔도, 몇 줄 글도 어찌 같을 수 있을까. 시시각각 모든 게 새롭고 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 보는 듯 피어나는 봄꽃을 올해도 본다.

3월이 간다.

수고했어,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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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새롭기를. -앙드레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