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끝

12세 관람가가 좋다. 무해한것 찾기

by 리즈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아도 자극성이 조금이라도 섞인 내용이면 당기지 않는다. 애초 아무리 화제성이 높다 했어도 잔인한 폭력과 선정성 등을 곁들이면 마음이 동하진 않는다. 게다가 잔잔한 척하면서 비틀고 꼬이기를 반복하면서 굳이? 사건을 만들어 이어가는 내용은 더 볼 인내심이 생겨나지 않는다. 변화무쌍함의 탈을 쓴 새로움이란 것들에 이젠 관심이 멀어졌다.


무해한 것들이 좋다.

말하자면 사람도 자연도 12세 관람가 같은 내용의 스토리가 좋다. 여행지를 가도 무해한 자연을 보존한 상태의 공간이 마음을 끈다. 사람도 한없이 착한 듯하면서 흔히 말하는 꼼수를 지닌 걸 느끼게 되면 맥이 빠진다. 문제는 이만치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 그런 게 너무 빠르게 잘 파악이 된다는 사실이다... 복잡하고 요상하기까지 한 세상에서 무해한 것을 찾는다니 웃긴다고 할 일이겠지만.



내 좋은 친구가 먼 곳으로 떠난 즈음이 다가온다. 헤아려보니 벌써 7년이 지났다...

요즘 부쩍 생각난다. 그럭저럭 살다 보니 그런 친구 또 없구나 갈수록 절절히 느끼는 날들이다.


그 친구가 지금도 살아있다면 요즘의 내 일상은 달랐을 거란 생각도 든다. 바르고 순하다는 게 사람들은 혹시라도 쉬운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단단함이 기반이 된 사람에게서 나오는 선함은 상대방을 바로 서게 한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한다. 한없이 무해하기만 하던 그녀, 선하고 마음이 이쁘던 친구의 그 모습이 그립고 간절하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을 했다 치자.

"요즘 그냥 그래, 입맛도 없고... 사는 것도 뭐 그렇고..."

이럴 때 그 친구는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 누구나 그럴 때가 있어. 그런데 나는 니 요리 솜씨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 나 곧 놀러 갈 테니 그거... 맛있는 거 맛보게 해 줄 거지? 암튼 낼 나와, 맛있는데 알고 있어. 니가 좋아할 만한 곳이야.

평범하고 별스럽지 않은 말인 듯 보여도, 시들한 내 말에 어떻게든 따뜻한 숨을 불어넣는다.


대뜸 이런 이도 있다.

"오, 그래? 그럼 게으름 때문인가? 나이 먹어서? 스트레스가 많아서? 날도 좋은데 뭐 하심?"

물론 이런 식의 말도 할 수 있다. 생각의 심지가 다를 수 있으니까.



요즘은 어디에나 큰 기대나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도 평범하면서 수수한 따스함을 향해 늘 두리번거리는 모양새다..




사월의 끝이다. 이제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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