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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n 08. 2017

별을 담다

깊고 푸른 밤 함백산 정상에서~











더운 여름, 저녁을 먹고 마당에 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아득한 기억이 있다.
그때 어린 내 눈에  들어오던 또렷한 별들이 선명히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렇게 쉽게 별을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별을 보기 위해서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경계의 함백산에 올랐다.
서울에서 밤 10시에 출발해서 두 시 무렵 도착했다. 산 입구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가파른 산길이어서 숨차게 힘들게 걸었다 . 자정이 넘은 시간에 1572m 정상에 오르니 한낮의 더웠던 초여름 날씨는 간데없이 한겨울 추위와 같은 한기에 온 몸을 휩싼다.

칠흑 같은 어둠,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밤이다. 카메라를 세팅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아무리 패딩에 장갑을 끼고 있어도 춥다. 멀리 낭떠러지와 같은 산 아래로 가끔씩 밤길을 달리는 자동차 궤적이 보인다. 검푸른 어둠 속에서 우린 별을 담는다.


어릴 적 집 앞마당에서 올려다볼 수 있었던 별을 어른이 되어 이렇게 멀리 달려와  높은 산에 올라서 바라본다. 도시를 떠나 강원도의 청정한 높은 산 위에서 비로소 별을 본다. 별을 담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알려진 함백산의 정상 올라 강한 밤바람을 맞으며 별을 찍는다는 사실이 스스로 짜릿해서 행복했다. 일행들이 만들어주는 컵라면도 더없이 맛있고 함께하는 시간들이 즐겁다.

어느 순간 서서히 어둠이 걷히는 게 느껴진다. 여명의 신비함에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이 날의 은하수도 별도, 세차던 밤바람도, 여명도, 함백산의 능선도, 아름다운 일출도, 자연의 선물이다.
선물을 가득 담은 가슴으로 내려오던 함백산의 뿌듯했던 그 새벽길이 지금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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