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테마파크 관곡지
아직 한창은 아니지만 연꽃이 피기 시작하는 철이다.
푹푹 찌는 뜨거움,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어서 늘 땀 흘리며 그 연못을 돌아보던 시간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젠 더위에 맞설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가게 되었다.
관곡지,
연못에 들어서니 역시 그 넓은 연밭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퍼지는 후끈함이 무더위를 예감하게 한다.
그냥 몇 송이 피어나기 시작한 연꽃을 보면서 계절을 느껴본다. 렌즈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 내려는 생각보다는 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도태되어가는 감성의 유지를 위한 소박한 마음으로 보내려는 시간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동행하고 어울리면서 그들의 생각이나 삶을 통해 자신을 투영해 보는 계기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이 주는 이런 시간이 고맙다. 그들과 도로를 달려 오가며 나누던 우리들의 일상 이야기, 여유롭게 연못을 바라보고, 돌아오는 길에 수술 후 회복 중인 동료 어른을 만나 뵙고 독일 이야기, 사진과 여행 이야기... 를 나누며 마시던 얼음 가득한 더치커피의 시간도 흐뭇하다. 무덤덤한 사람들과 별다른 감정 없이 관심사를 쉴 틈 없이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카타르시스였다. 그냥 이런 소소함이 참 좋다.
요즘따라 경쟁하듯 견제하고 감추고 탓하는 걸 가끔 본다. 그러다가 끝내 다툼이 되고 등 돌리는 모습들, 안타깝다. 결국은 욕심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이다. 자신이 옳다는 편견과 자신만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내는 불상사들이다.
한 발짝 떨어지기,
언제부터인지 이런 생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침묵하기. 좋은 일은 함께 알기.
말이 많으면 분명 실언이 있기 마련이고 감히 충고나 조언보다는 들어주기, 조용히 그래그래.. 편들어주기,
충고나 배려는 상대가 필요로 하거나 그것을 청할 때만 행할 것, 물론 내가 조언할 만한 능력이 안됨을 잘 알기에 거의 안 하는 편이지만 청한다 해도 신중할 것. 평소에 소통할 것.
손석희 진행의 뉴스에 윤여정이 나와서 말했다.
"우리는 낡고 매너리즘에 빠져있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살아온 경험 때문에 많이 오염됐어요."
내 편견을 조언이나 충고랍시고 섣부르게 일반화할 일이 아니다. 충고든 배려든 상대방이 원할 때만 할 일이다. 그것의 완급조절의 지혜는 잘 살아온 경험에서만 나온다. 소통의 기술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겠다. 이제는 중심에 서서 돋보일 일에는 관심 없다. 아직도 그런 것이 뿌듯하고 흥미로우면 분명 불편한 일들이 함께 하는 걸 본다.
그런 불편함에 굳이 다가서지 않아도 세상은 문제투성이인데,
오늘 바라보았던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아름답고 깨끗하기 어려운데,
부처님께서 이미 2500년 전에 인생은 고통이라고 하셨는데,
오늘의 연밭 외출이 내게 인내심을 더 주문했다.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기만 해도 산 너머 산, 그리고 또 태산이라는데, 오늘처럼 가뿐한 시간에 올라타는 하루도 있다. 하루하루 작은 즐거움이라도 느끼며 산다는 게 생각만큼 쉽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