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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n 26. 2017

부천 중앙공원 능소화 터널~

비 내리던 조용한 새벽 능소화...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에 다 있다.


그동안 동네 뒷산이나 공원은 무심히 그저 그냥 지나치는 곳이었다. 특별한 풍경을 찾아 떠났던 풍경들이 거기 다 있다. 멀리 떠났을 때 이내 따라오는 체력 저하도 자신 없고 이젠 좀 귀찮다. 대신 주변에서 이렇게 나를 맞아준다. 어찌나 정겹고 친근한지...

능소화의 계절이라고 저 아랫녘까지 떠났던 적도 있었다. 왜 그랬지?ㅎ~ 
새벽 6시 30분 능소화 터널에 도착했다. 뿌리던 비도 그치고 공원이 조용하다. 서울의 내가 사는 지역에서 멀지 않다. 부천 중앙공원~


다시 찾지 않는 임금이 하도 그리워 오매불망 발자국 소리 들으려 귀를 활짝 열어놓은 듯 피어난 능소화.
담벼락에 묻혀 님을 기다리겠다는 애절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궁녀 소화의 기다림의 세월이 우리의 유월에 저렇듯 곱게 다시 피어났다. 

이곳은 이제 개화가 시작이다. 며칠만 더 지나면 흐드러지게 만개 상황이 될 듯하다.
오늘 조금 노닐다 가고, 다음 주쯤 능소화 터널 아래 낙화가 뿌려져 있을 때 다시 올 생각이다. 더위와 비바람에도 흐트러진 남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꽃잎 하나씩 날리며 떨어지지 않고 미련 없이 꽃 한 송이 통째로 떨어뜨린다는 능소화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두어 시간 셔터를 누르다가 공원도 한 바퀴 돌며 나왔는데 어디서부터 인지 길을 잃었다. 역시 난 길치다.  새벽엔 출근길의 남편이 태워다 주어 편히 왔는데 이젠 혼자 돌아갈 길을 찾질 못하고 두리번두리번 어리둥절...
버스 타러 가는 곳이 너무나 엉뚱한 곳이어서 그 길에서 만난 친절한 아주머니의 안내로 한참 걸려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고맙습니다. 친절하신 부천 시민님~ 



 < 2017.6.26일 아침 상황 > 

능소화
 - 나태주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 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능소화 

 - 이무원 


살색이 너무 짙으니

가까이 가면 물들겠다

돌아보지 마라


이미 담을 넘은 것이

아랫도리를 벗고 있으니

혼절한다 해도

네 탓도 아니지만

내 탓도 아니다


곱긴 곱다


능소화

- 윤경자

다 하지 못한 말

웃음으로 대신합니다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

허리가 휘도록 올려다봅니다


허공 속을 더듬다

가슴속을 태우다



차마 다물지 못한 입

아직도 주홍빛입니다


휘어진 허리만 매달립니다



‘그 살벌했던 날들의 능소화’.

김혜리 위원은 선생을 이렇게 표현한다. 

한국전쟁과 먼저 보낸 오빠, 아들, 남편, 오 남매 육아와 대가족 살림. 그 경황에 쏟아낸 걸작들은 살벌한 더위에도 줄줄 피는 고해상도 여름꽃, 능소화가 맞다.

“쓰기를 잘했다 싶어요. 그렇죠. 쓰고 싶은 걸 못 쓰는 건 싫지만, 의욕이 과해도 안 좋아요. 체력에 맞게 써야죠. 체력과 비슷하게. 예쁘게 소멸했으면 좋겠어요. 쓰는 게 고통스럽지만, 쾌감도 있습니다. 또 그래야죠. 즐길 만큼만 쓰고 싶어요.”  <박완서,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능소화

박상천(1955~  )


수서 분당 간 고속도로의 초입에
담을 타고 넘어온 능소화가 꽃을 피웠습니다.
높은 소음차단벽을 타고 넘어올 정도로
이쪽 세상이 많이 궁금했나 봅니다.


웅웅 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대체 무슨 소리일까?
궁금하기도 했겠지요.


뿌리내린 세상과 꽃을 피운 세상이 다른,
참 특이한 주황의 꽃이
담 너머 또 다른 세상을 넘겨다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참 좋아했던 꽃 능소화.
당신, 딸과 남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넘겨다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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