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민박체험

프랑크푸르트 mrs 요넨, 오래전 이야기~

by 리즈









주막에서 하룻밤 지친 몸을 쉬고 다시 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멋스러움이 지금도 여전하겠지만 형태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탈에 이르지 않았다면 아무데나 머리 대고 잠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세상이다. 그래, 여행길에 달게 잠들고 쉴 수 있는 곳으로 우리도 뭐 별로 특별하지 않아서 호텔이나 콘도식의 잠자리를 마련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좀 달라보자 했다.

민박은 어떨까? 괜찮을까 하면서 아이들도 차츰 자라 배낭여행을 하게 되면 이번 여행이 좋은 바탕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행기간의 일부를 민박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소개받을 만한 지인들이 있긴 했지만 마구 인터넷을 뒤졌다. 생각보다 해외 민박집 무척 많다. 메일을 보내서 서로의 상황을 염탐했고 내 구미에 맞는 곳에 주사위를 던졌다. 환영합니다. 어서 오시어요. 최고로 모십니다 식의 집은 일단 건너뛰었다. 묻는 질문에 간단하고 담백하게 답을 하고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것만 군더더기 없이 알려온 집, 그 집에 마음이 끌렸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지하철을 몇 정거장 타고 마을 근처에서 내리니 차를 가지고 마중 나온 그녀는 의외로 아담하고 소녀처럼 해맑은 모습이 민박집 아줌마 맞나 했다. 10여분쯤 차를 달려 도착한 집 또한 너무나 이쁘고 깔끔한 모습의 전원주택이어서 대만족이다.


마침 그날따라 머무는 사람들이 우리 가족뿐이어서 2층의 뾰죽지붕 펜션하우스가 즐거운 우리들만의 집이 되었다. 아래층에 제법 큰 공간의 주방과 욕실, 크고 작은 방이 두 개, 위층에 욕실과 방이 셋이다. 우리를 그 집에 들여보내고 간단히 안내한 후 그녀는 다시 퇴근하는 남편을 태우러 나갔다. 그녀가 돌아와 우리 가족에게 수줍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는 남편은 참 인상 좋은 독일인이었다.


환영식을 해주겠다면서 향기 그윽한 와인과 독일 소시지, 청포도와 오렌지가 넓은 식탁에 놓였다. 그 옆쪽으로 한아름의 튤립이 더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서 독일로 유학 왔던 그녀가 다니던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고 14년 동안 mrs요넨으로 살고 있는 중이었다. 서로 주고받는 눈길과 차분히 한 마디씩 건네는 말소리에서도 그들의 사랑이 느껴져 온다. 나는 어찌 된 건지 외국인들은 얼굴만 보고는 파악이 잘 안 되었는데 두 시간 가깝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참 좋은 사람이다 싶었다. 별걸 다 걱정하는 나는 그녀가 좋은 남편 만나서 행복한 것이 확인되어서 안심이다.

부부는 두 채의 집이 붙어있는 그 집을 구입해서 하나는 그들이 독립적으로 살고, 작은 정원 옆에 있는 하나는 여유롭게 지니고 세를 놓고 있다가 지난해에 기한이 끝나고 나간 후 주변에서 권유해서 몇 달 전에 민박집으로 오픈했다고 했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이기에 두 부부가 몇 달 동안 페인트 칠은 물론 커튼 등의 페브릭, 각 방마다 들여놓을 가구도 직접 조립하는 등 완벽하게 그들만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독일 사람 솜씨 좋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눈이 휘둥그레 진다. 와~

그런 집에서 그녀가 해 주는 맛깔스러운 밥을 먹으며 지낸 날들이 지금도 흐뭇하게 떠오른다. 하루 종일 지칠 만큼 독일의 기차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녀는 옆구리에 둥글고 넓은 바구니를 끼고 들어온다. 신선한 과일과 다음날에 있을 여행에 필요한 정보(교통편이나 필요한 준비물이나 유의사항.. 등)가 담겨 있는 바구니를 든 모습이 마치 알프스의 소녀와 같았다.


독일 여행을 마치고 거길 떠나기 전 서울의 인사동에서 사서 미리 준비해 갔던 열쇠고리를 건네니까 어머나, 우리 한국문양이네? 하면서 내 앞에서 포장을 뜯은 후 열 개쯤이나 되는 자신의 열쇠 꾸러미를 꺼내어 한참을 옮겨 꿰면서 좋아하던 모습, '우리'라는 말이 내 가슴을 찡하게 했다.

어제 그녀의 메일이 왔다. 며칠 되지 않는 함께 했던 시간을 즐거이 반추하는 글 속에서 그녀의 상냥함이 전해져 온다. 한국이나 독일에서 또다시 자신의 남편과 꼭 만나자면서 우리 아이들 커서 언제라도 유럽 쪽으로 배낭여행 오면 꼭 얼굴 좀 보자고 덧붙이기도 했다.

담백하고 순수함으로 우리에게 믿음을 주었듯이 있는 그대로 인간 본성이나 사회적 본질 그 자체에 충실한 그들의 삶을 엿본 나는 지금 그들이 그립다. 독일인 시어머니께서 물려주셨다던 50년이 넘은 멋스러운 의자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던 아름다운 요넨 부부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