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시월 북해도~
언제던가,
일본의 작은 항구도시 하코다테를 책 속에서, 또 사진으로 티브이 화면으로 몇 번씩 보면서 거길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밥 먹으며 남편에게 그곳 이야기를 해주었고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그런 생각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가 그걸 기억해 두었던 모양이었다. 떠났다.
-하코다테
일본 북해도 최남단에 위치한 홋카이도의 관문인 하코다테 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 창 밖으로 바다를 감싸고 있는 듯한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환한 햇살 아래 한적한 시골처럼 조용하고 아늑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숙소 밖으로 아무리 내다봐도 지나가는 사람이나 자동차가 너무나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북새통이라 연상할 수 있는 바닷가 새벽시장에서도 나지막한 목소리의 일본 아줌마들이 가게 앞에 서서 얌전히 서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면전차를 타고 모토마치 언덕으로 갔지만 그곳의 이국적인 풍경과 조용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코다테 여행의 신비로움조차 갖게 한다. 또한 이곳의 야경은 홍콩 야경의 화려하고 인공적인 아름다움과는 달리 특색 있는 지형의 자연스러움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아름다웠다.
그곳을 떠나 노브리베츠를 향하는 기차역으로 가면서 나는 나중에 편안하고 여유로운 평화를 맛보고 싶을 때 다시 한번 이곳에 와 보고 싶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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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리베츠
일본 여행 중에 한 번쯤은 들러보자며 남편이 굳이 추가한 노보리베츠는 생각 외로 많은 걸 느끼게 했다. 한국에서도 해보기 어려웠던 열차를 이용하여 노브리베츠로 이동했는데 창 밖으로 이어지는 바다와 일본 들녘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먹었던 일본 도시락과 세 시간 정도의 기차여행은 내내 기억에 남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노브리베츠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산길을 달려 숙소 근처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유황냄새가 난다. 엄청난 화산 폭발 이후 무시무시한 화구 흔적이 볼거리로 남았고 지금은 그 적갈색 바위에서 수증기와 유황 연기가 쉬지 않고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지옥을 연상하게 한다하여 지고쿠다니(지옥의 계곡)으로 불린다는 것이 이해될만하다.
무엇보다도 호텔방 중에서 료칸식으로 만들어진 다다미방(화실)으로 예약한 것도 남다른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온천지역 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잠옷 가운과도 같은 일본식 옷을 입고 호텔의 식당은 물론이고 이곳저곳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다니는 일본 사람들이 영 거슬렸지만 그들의 문화려니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수산물이 풍부한 나라라는 듯이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해산물이 넘쳐나던 것도 신나는 일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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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노브리베츠에서 버스를 타고 삿포로역에 도착하여 JR패스로 이쁜 도시 오타루엘 한 나절 다녀오기로 하느라 조금 바빴던 하루였다. 삿포로역에 도착하자마자 여행가방을 역 짐 보관소에 집어넣고 열쇠로 잠근 후 얼른 기차에 올랐다.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동해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운하를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천천히 오가던 오타루의 그 다리 위에서 꽃과 담쟁이로 뒤덮인 옛 창고들이 그림처럼 이어져 있다. 곳곳에 그림을 그리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있고, 오래된 역사를 보여주는 석조건물이나 목조건물들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도 이 도시였다고 하니 일본에서 연인들의 도시라고 말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어른들 세대에서는 오타루행 기차표를 기념으로 하나씩 간직하기도 한다고 한다.
눈 덮인 산 저 쪽으로 외치던 소리가 떠올려진다.
오겡끼데스카~...
와다시와 깅키데스카........
우리도 눈 쌓인 배경의 CF와 조성모나 김범수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면 아하~ 할 것이다. 그리고 유리공예나 오르골, 초콜릿이 유명하다 하여 좀 걸어가 보니 즐비한 가게들이 전시해 놓은 것들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한 것들이 볼거리가 많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리 아프도록 한참을 걸으며 모두 구경해 주었다.
편안한 안정감을 주는 오타루만의 독특함을 마음껏 느끼며 다시 삿포로행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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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삿포로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역의 짐 보관소에서 여행가방을 찾아서 끌고 숙소를 향하는데 피곤함과 밤바람의 상쾌함이 함께 몰려온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다시 삿포로 시내로 나왔다. 삿포로의 밤은 화려하고 요란하다. 거리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거나 마임과도 같은 연기를 하는 걸 보기도 한다. 아마 연예인 지망생들 같기도 한데 밝고 당당한 그 젊음들이 이쁘기만 하다. 거리는 자정이 지나도 여전히 휘황찬란하고 사람도 자동차도 변함없이 오가는 모습이다.
새벽에 일어나 걷는 삿포로 시내는 지난밤과는 달리 상쾌하고 말끔하다. 낮과 밤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오도리 공원은 시월인데도 아직도 푸르렀다. 겨울이면 이곳에서 삿포로 눈축제로 세상 사람들이 몰려든다는데 아침의 오도리 공원은 산책하는 이들 몇몇 뿐 한가롭고 신선하다.
시원한 공기 속에서 시계탑과 구본청사 등을 천천히 돌아보고 나니 시간이 조금 있는 듯싶어 이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 거리의 홋가이도 대학에도 들러보기로 했다. 대학병원 입구엔 그들이 자랑하는 가로수 터널이지만 우리나라의 청주 진입로의 가로수 터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각 대학 건물이나 주변 풍경의 운치는 학구적이어서 캠퍼스를 거니는 기분이 차분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곳을 나와 시내 이곳저곳을 들리며 그들의 친절함에 즐거웠고, 새로운 일상과 낯선 대상들이 떠날 시간을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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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가기 위해서 탔던 택시기사의 정중하고도 친절한 모습에 진심으로 고맙고 감동이었다.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그랬던 것 같았다. 그들의 본심까지 파헤칠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란 건 진심이 아닐지라도 습관처럼 몸에 밴 일상인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라도 작은 여유로움으로라도 모든 걸 배려할 수 있는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대한항공에서 내려 돌아오는 인천공항 대합실 앞 출구의 벤치에 앉아있다. 주차장으로 자동차를 가지러 간 남편을 기다리며 몇 분 간격으로 도착하는 신혼부부들의 요란한 리본 장식의 자동차들이 도착하고 내리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 이맘때 내 모습이구나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시절을 돌아보는 여행이었고, 그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앞으로 또 다른 미래를 향해서 지지고 볶겠지? 생각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대들도 행복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