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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슈리성 ( Shuri Castle.首里城 )

by 리즈




어쨌든 비와 함께 했던 오키나와 여행은 모든 사진들 역시 비 또는 흐림이다.
돌아오는 날 비행기가 저녁시간이었기 때문에 오전에는 슈리성을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시내를 돌아보며 가벼운 쇼핑을 한 후 호텔에 맡겨둔 가방을 찾아 공항으로 go~

슈리성은 숙소가 있는 국제거리에서 모놀 레일을 타고 6~7 정거장을 지나 내려 택시로 기본요금 거리 정도 되었다. 걸어서 20분쯤으로 알고 왔기에 날씨만 좋으면 여유 있게 산책하듯 걸어가려 했는데 비도 조금씩 뿌리는 데다가 후텁지근하기 까지 해서 택시를 탔다.

슈리성은 2차 대전 때 소실되었으나 다시 복원되어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니 대단한 일본인들...
건물들이 붉은 계통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중국풍인 듯 느껴진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을 융합시킨 건축물이라는군.

사실 슈리성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 만한 호기심은 안 생겼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안 볼 수 있겠느냐는 일반적인 생각으로 일단 들어가 본다. 만일 다음에 다시 온다면 굳이 성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주변의 자연스러운 정원이나 작은 숲이 이쁘니 성 주변을 둘러보거나 산책하는 시간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생각...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 본즉 역시 예상했던 대로 류큐왕국의 영화를 보여주는 생활상과 전시물품들이 있다. 난 그저 쓰윽 들러본다. 군데군데 지키고 있는 안내원들의 밝은 미소가 보기 좋다. 게다가 뭔가 감시하거나 지키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도와주려는 모습으로 거부감 없는 자세다.좋코~

암튼 대충 훑어보고 나오니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마침 하루에 두 번인가 하는 공연이 곧 시작한다고 해서 보기로 했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움직이며 표정 없는 얼굴로 절도 있는 리듬감의 표현의 춤이다.
몇 개의 무대를 보았는데 이를테면 우리의 꼭두각시 춤이나 민중들의 노동 춤이나 민속춤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 사이 비가 조금 그쳐서 성곽으로 올라갔다.
천년만년 그 자리를 지킨 이끼 낀 긴 성벽을 보면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낀다. 얽히고설킨 나무뿌리들이 그 땅을 단단히 해주었겠고...

일본의 옛 국왕들이 머물던 성곽에 서서 오랫동안 오키나와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내겐 아무런 의미도 되어주지 않지만 이젠 단순히 그들의 역사적 자취가 남겨진 공원에서 적당히 휴식의 시간을 즐길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길 내려와 시내로 나오는 모노레일에 오르니 또 비가 내린다.
내 기억 속의 오키나와는 두고두고 무덥고 비 내리는 오키나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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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에 오르니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창 밖으로 흐른다.


우산을 든 여행자들,
더러는 비 오는 날의 불편한 여행으로 기억하겠지만 훗날 그 또한 즐거운 기억일 것이다.
여행이란 그런 것.

실내에서 바라보는 슈리성의 정원이 촉촉하니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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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 앉아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노라니 새삼스러운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각종 전시실이나 기획전시실, 왕조시대의 공예품 들을 볼 수 있다.
사진으로 담았지만 뭐 그리 특별할 것 없어 일본의 다다미 바닥으로 한 장~


일본의 온돌이 다다미인걸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길 위에 넓적한 돌멩이들을 깔아서 다다미처럼 되어 있다고 해서 이시 다다미라고 한다는 것.
계절을 잊지 않고 보여주는 돌 틈 사이의 생명력~

왕의 정원으로 가는 길에 긴 세월의 성벽에도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곧 가을이 오겠지...

별 기대 없이 봤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일본어를 모르긴 하지만 자막이 있는데 한자도 많이 섞여있고 눈치로 대충 짐작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우리의 민속춤도 그렇듯이 손끝과 발끝의 섬세한 놀림이 춤을 보는 묘미를 준다.


돌계단을 오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친절함~

성의 입구 쪽 방향에서 본 시내.


DSC_9723 - 복사본.JPG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비가 내리신다...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7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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