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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Dec 03. 2017

목포, 그 거리와 골목이야기

근대역사의 거리. 옥단이길, 문화의 길. 연인의 길.걷고 싶은 빛의 거리








많은 곳을 다녀보고 거쳐갔지만 목포는 딱히 내게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는 곳이다.

언젠가 여행 중 지나가다 한 두 군데 들러보거나 잠깐 밥을 먹고 지나간 적은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렇다 할 개인적인 기억이 없는 도시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지금도 선명한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제주도로 수학여행 갈 때 밤기차로 목포까지 갔다. 그리고 목포역에서 내려 배로 갈아타기 위해 기차에서 내렸었다. 선선했던 그 새벽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리고 짝꿍인 내 친구와 목포역 앞에서 활짝 웃으며 둘이 찍은 풋풋하던 흑백사진도 생각난다.



수십 년 전의 목포역이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친구와 사진 찍던 역 앞의 포인트는 짐작할만한데 조금 복잡해져 있었다. 변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랴. 돌아보니 화려하고 멋지게 변모한 현대적 조형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바다 가까이에 있는 평화의 광장 일대를 <스토리가 있는 연인의 거리>로 특화하여 세워 놓은 하트형 조형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 앞에 서면 탁 트이게 보이는 바다엔 <춤추는 바다분수>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밤이면 감미로운 선율과 화려한 빛과 함께 뿜어내는 거대한 물줄기가 환상적이라고 한다.


꼭 연인끼리가 아니어도 바다를 옆으로 끼고 연인의 거리를 걸으며 즐기는 시간도 좋을 듯하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쁜 카페나 맛집들이 쭉 이어진다. 나도 이 곳에 들러 해초를 재료로 요리한 점심 밥상은 대만족이었다.

     

그 길에서 이어지는 목포 달맞이공원에서 갓바위(천연기념물 제500호) 해상 보행데크를 산책하듯 걸었다.

걷다 보면 목포 문화의 거리로 이어지는데 그곳에 <자연사박물관>과 <해양유물전시관>이 있으니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해양유물전시관은 바닷가에 지어져 있어서 분위기가 더 잘 어울린다.

바다와 사람, 문화, 교류, 역사라는 테마로 해양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다.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엄청난 양의 보물들을 보니 입이 딱 벌어진다. 전시된 신안선은 물론이고 수백 년 전의 도자기들인데도 그릇을 좋아하는 내가 탐낼만한 것들이 많기도 하다.



건너편의 자연사 박물관은 7개의 전시실이 있었고 수억 년의 자연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공룡 화석은 다양한 모습으로 볼 수 있으니 어린이들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인간과 지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어서 시내 중심 쪽으로 나가본다.

일본식 불교사원인 '동본원사'를 지나면 <옥단이 길>이 시작된다.

옥단이는 목포사람들의 허드렛일과 물장수로 활동했던 인물로 원도심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는 실존인물이다. 신체적으로는 부자연스러웠지만 순박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던 그녀가 누비고 다녔을 구도심과 골목 일대를 옥단이길로 재생한 것이다.



골목으로 들어서 붉은 의자가 있던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을 지나,

개항과 함께 하루 품팔이를 하던 사람들의 계모임으로 한때 성황을 이루던 마인계터를 둘러보고,

법정스님과 고은 시인이 만났던 ‘목포 정광정혜원’을 지난다.


목포 출신 예술가들이 그려진 담벼락을 들여다보며 걷다 보니 유달산이다.

유달산 노적봉을 올려다보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지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숨차게 더 높이 올라가 보니 비로소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유달산 기슭에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있다는데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유달산 바로 아래로 발길을 돌리면 <목포근대역사관 1관(옛 일본 영사관)>·일제강점기 방공호·옛 목포부청을 들러보고 내려오니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우리의 힘겨웠던 시절에 잊지 못할 아픈 역사다.



거길 내려오니 구 일본영사관과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이 옛 모습 그대로 목포근대역사관 1관에 이어 2관으로 지켜지고 있다. 전시관마다 일재강점기의 수탈과 비인간적 야욕과 잔인함을 증언하고 있다.


한참동안 이곳을 둘러보고 나오니 목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유달산 아래엔 일본인들이 남긴 2층 목조가옥의 적산가옥과 일제의 흔적들이 남겨져 있고 골목마다 아픈 역사의 상흔을 느끼는 곳이었다.



호남 곡창으로 일본인들이 거점으로 삼았던 목포는 일재의 잔재들이 오래도록 남아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목포는 발걸음 하는 곳마다 또 골목골목마다 일본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은 타임머신을 탄 듯 옛스러운 흔적과 스토리를 옛날이야기처럼 하면서 거닐 수 있는 역사의 거리가 된 것이다.



알고 걸으면 더 재미있는 목포의 골목길은 역사와 함께 하기에 더 의미가 있다.

두 손 꼭 잡고 골목길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이 있고, 누구라도 천천히 걸으며 지난 시간을 되새겨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다. 골목의 매력을 충분히 갖춘 목포 역시 정감있는 도시였다.

걷다가 누군가에게 길을 묻거나 이야기를 건네면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 지역 주민들의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에 고마움과 함께 더 발전할 목포를 기대할 수가 있었다.



바쁘게 다녀본 목포항과 골목을 돌아 나오니 <걷고 싶은 빛의 거리>는 신비함으로 반짝이고 있다

서울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목포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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