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고 있나...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의 사람들

by 리즈






분주한 아침에 바삐 직장으로 뛰어나간 여자는 깜빡 빠뜨린 것을 위해 다시 집으로 헐레벌떡 돌아와 현관을 열었다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집안의 베란다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도우미의 우아한 모습을 본 것이었다. 자신이 평생 일해서 마련한 집에서 자기가 살고 싶었던 모습으로 가정부가 대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강의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예전에 로마여행을 하면서 콜로세움이나 피사의 사탑 앞마당에 가득한 여행자들을 보면서 이 나라 사람들은 어쩐지 조상 덕에 먹고 산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 말을 하니 그곳에 살고 있던 지인도 동감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이번에 밀라노를 여행하면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아마도 그들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꼭 맞는 비유는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평생 직장일을 열심히 해서 자아성취를 하고 윤택한 생활을 일궈가는 여자나 그 집 일을 돕는 도우미나 결국은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어쩐지 도우미의 모습이 예상치 못한 이익을 얻는 어부지리 인양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늘 숨 가쁘게 바쁘고 힘들지만 뿌듯한 성취감과 경제적 여유로움이 은근히 자랑이던 여자의 현재를 가정부가 대신 누리는 듯한 현실이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불안한 미래와 노후 걱정으로 한없이 미루어둔 현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드디어 다가온 미래를 맞아 누려볼 시간은 얼마나 있는 건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없는 미래란 것이 오기 전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을 텐데... 늘 안전한 미래를 위해 지지고 볶는 현재의 모습이 당연한 듯 사는 것이 어쩌면 일반적일 수 있다.


치열한 땀과 예술로 승화시킨 조상들의 과거 덕분에 현재를 누리는 부분이 있다면 복이다. 물론 후손들의 노력과 감수성으로 잘 지켜낸 것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 말로 부모 복이 최고라더니 조상 복을 누리는 이들이 슬며시 부럽다. 그렇다고 조상 잘 둔 것만이 당연한 정답은 아니다.


연말의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의 인파 속에서, 그리고 시즌이 끝난 AC밀란과 인터밀란 축구장의 비둘기 떼를 보며 자꾸 미루며 오늘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주 오래된 성당 앞을 오가는 여행자들은 생동감 있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일까. 어둑해져 가는 밀라노의 공원 벤치에 앉아 다리를 쉬며 문득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현재를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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