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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ug 31. 2018

밀라노에서 문득 영화 이야기

피렌체 두오모와 냉정과 열정사이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는 최대 규모인 밀라노 두오모 성당은 지하철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다. 교통이 좋아야 하는 건 현대인의 주거선택 시 또한 중요 요소인데 여행지를 향한 여행자들에게도 해당되기도 한다. 때로 먼길 찾아가 고요히 만나는 여행지의 맛도 남다를 수 있지만 나처럼 짧은 시간을 만들어 찾아온 사람에게 이럴 땐 반갑다. 지하철에서 올라오니 두오모 성당이 기다린 듯 보이는 건 쾌재를 부르게 한다.


두오모(Duomo)는 이탈리어어로 대성당을 뜻한다. 이탈리아는 가는 곳마다 대성당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피렌체와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이 유명하다. 특히 이십여 년 전에 내가 갔던 피렌체의 두오모는 그 독특함이 지금도 떠오른다. 어쩜 이다지도 문양이 정교하고 오묘한지 감탄스러웠다. 웅장하고 장대한 건물 곳곳 시선이 닿는 곳마다 섬세함에 놀랐었다. 이젠 그런 기억보다는 피렌체 두오모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가 먼저 떠오르는 성당이 되었다.


영원을 약속하는 연인들의 성지로 준세이와 아오이가 서른 살의 생일에 만나기로 했던 곳. 그러나 서른 살이 되기 전에 헤어진 두 사람이 재회하게 되는 스틸컷의 효과가 크다. 만나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도 피렌체에서 다시 그들은 서로 연결되었고 마음을 주고받았다.


여행자들도 두오모 성당 앞에서 영화처럼 나름대로의 무언가를 하는 것, 하다못해 혼자 배회를 하거나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BGM이라도 듣는다. 우리들에게 그곳은 매체의 영향이 있는 곳이 되었다.


그 영화음악을 듣다 보면 개인적으론 피아노곡보다는 두 연인의 풍경을 배경으로 애잔하게 울려 퍼지는 첼로 연주곡이 마음에 든다. 낮으면서도 풍부한 첼로음분위기가 수분을 머금은 듯한 피렌체의 분위기와 어울려서 좋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어느 공원에서 첼로 연주 공연을 보면서 키스하던 장면도 생각난다. 그리고 생뚱맞지만 나는 아오이 역의 진혜림이 다른 영화에서 조용한 반주로 이쁘게 불렀던 A lover's Concerto 도 연달아 떠오른다. 생각의 연상법은 끊임없는 가지치기를 하며 이어 나간다.


내가 피렌체에 갔을 때는 이십 년도 더 전인 1995년 초였으니까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나오기 전이었. 그래서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영화와는 무관하게 대성당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기억 속의 피렌체 두오모 성당은 화려한 외관과 내부 그림의 장엄함에 압도되어 시종 경이로움의 여행이었다. 지금과는 달랐을 그때의 촉촉한 내 정서가 그립다. 갑자기 피렌체의 풍경에 잠겨 그 도시를 걸어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밀라노의 두오모를 이야기하려고 시작했는데 슬그머니 피렌체의 두오모와 영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삼천포로 빠졌다.


언젠가는 지금보다 시간이 더 흐른 후엔 이번에 본 밀라노 두오모의 첨탑을 올려다보는 내 모습을 또다시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그저 쿨하게 '그때 그랬었던가~' 하면서 미련 따윈 없는 듯 돌아보지 않는 것이 멋진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게 여행은 아니기에 때로 문득 이렇게 떠올려 보며 아릿해져 오는 가슴이 좋다.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보낼 수 없다. -  

냉정과 열정사이, 아오이...


 홀로 멀리 여행을 떠나라. 그곳에서 그리운 사람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 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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