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억
벌써 지난여름이라고 해야 하나 보다.
지난여름 사진을 정리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가희씨는 혼자 록키 여행길에 오른 대학생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와 간간히 함께 걷거나 밥을 먹기도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며 친해졌다.
호기심도 많아서 내게 사진에 대해 불쑥 물어보며 배우려 하는 모습도 신통했다.
스마트폰을 뒤적여 아는 노래를 찾아 노래를 흥얼흥얼 불러주기도 하는 재미있는 면도 있고.
맛있는 빵집 구경을 하다가 '오옷~ 이건 먹어줘야 돼, 이런 유기농에 맛도 좋아 보이는데 서울보다도 싸고...' 하면서 길거리에 서서 혼자 꾸역꾸역 빵을 먹는 모습이 귀엽고 웃겨서 재미있는 아이구나 하며 웃었다.
그리고 '저도 일상을 두 분처럼 여행 다니며 멋지게 살 거예요. 꼭 그럴 거예요~' 말하기도 했다.
글쎄... 우리 모습이 멋진 건지 나 스스로는 알 수는 없는 노릇인뎅...
어느 날 갑자기 훌쩍 떠나고 싶어서 일주일 만에 가방을 꾸려서 밴쿠버로 날아왔다고 했다.
부모님은 "네 결정은 존중한다. 그러나 모든 걸 네가 책임지고 해결하라" 하셨고, 부모 도움 없이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벌어놓은 돈으로 혼자만의 모험을 하기로 한 것이다. 당연한 듯 자립적인 마인드도 이쁘다.
그렇게 캐나다 생활을 몇 달 하면서 이번엔 록키 여행을 하는 중인 것이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졸업하면 취업하고 싶은 곳도 ****협회라고 콕 집어 말했다.
함께 여행하는 며칠 동안 어느덧 믿음이 생겨버린 가희씨라면 꼭 그 직장에서 일할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혹시 몰라요. 이렇게 살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곳 어딘가에서 살아버릴지도 모르고요.'
'암튼 일단 더 살아보고 결정이 될 것 같아요.'
그래, 계획대로 사는 것도 나름 좋겠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수한 길목에서 어느 날 내가 가고 싶은 길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 미치게 부러운 젊음...
그런데 모든 여행을 마치고 헤어질 때 악수를 하면서 가희 씨는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어... 이대로 헤어지나요?..."
서로 마주 보며 아쉬움에 어쩌지 못하면서도 어쩐지... 연락처를 주고받지 못했다.
그게 필요할지 어떨지를 순간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쉽게 헤어지자고 서로 마음속으로 생각해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안타까이 헤어지고 이렇게 가끔 생각하고 보고 싶은 게 더 나은 것 같았지만...보고싶답니다.가희씨~
지난여름에 만났던 씩씩하고 4차원의 엉뚱 발랄함과 자유로운 영혼의 가희씨가 초가을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느껴지는 오늘 아침 문득 생각나서 주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