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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06. 2018

여름을 기억하다 2

매미소리에...







아침부터 이르게 외출을 마치고 들어와 땀을 식히 거실에 앉아 한참 동안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나무 숲에 가을 햇살이 내려앉아 바람에 그네 타듯 숲과 함께 흔들리고  있군요. 그러다가 여전히 줄기차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무덥던 여름이  벌써 가버렸구나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간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마음에 혼자 실없이 웃어버렸지요.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네요.

막바지로 치닫던 여름이었는데 어느덧 가을바람이 불어 새벽녘엔 이불을 끌어올립니다.
그런데 오늘, 아직도 그치지 않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마지막으로 마음껏 목놓아 질러보라 하고 싶어 집니다. 저렇게 세상에 나와 여름 한 철을 살기 위해 매미는 땅 속에서 7 년쯤을 유충으로 있다가 세상에 나와 더운 여름 잠깐 인간들에게 시원한 노래 한 줄기 들려주고 생을 마친다니 참 허망합니다.


매미의 덧없는 인생을 우리는 무심히 즐기기만 했네요. 더구나 그 소리가 소음으로 성가셨던 적도 있었을 텐데 한여름 잠깐 살다 간 그들의 쓸쓸한 삶에 미안해야 할 것 같군요.


필요하면 와락 반기다가 이젠 또 다른 필요를 위해서 이전의 교류는 찌푸리며 그만 성가셔하는 게 어디 매미뿐이겠나요. 따뜻한 깊이와 진중함 없이 잇속따라 이동되는 인간관계의 경솔함은 쓸쓸함을 동반하죠.


기후만 달라져도 입덧하듯 가슴이 허하고 답답하더니 이젠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질러대는 매미소리마저 후벼 듭니다. 곧 매미소리 그치 차분히 맞고 싶은 가을입니다.


손마디 굵은 일손과, 햇살과 바람, 시원한 빗줄기의 고마움과 그 여름의 시원한 매미의 노랫소리 또한 기억해야겠습니다. 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고마움도 미안함도 많아지는군요. 다행히도...


열어둔 베란다를 통해서 갑자기 바람이 시원하게 몰려들어 오네요.

일기예보에서 소나기 소식이 있던데 오늘 한 바탕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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