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때쯤이었다. 친구랑 밥 먹고 나서 원양 선박을 타고 태평양 어딘가를 항해하고 있을 그녀의 남편에게서 온 재미있는 전화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던... 그리고 얼마 후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 어드메쯤의 바다를 지나던 배 위에서 선장이던 그녀 남편의 사고 소식이었다.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같은 고향 사람이다 보니 친정오빠와 같은 인간적 진국스러움이 풀풀 풍기던 그분이 한순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내게도 날벼락이었다. 슬픔이란 말은 잘 만들어진 하나의 낱말일 뿐이었다. 힘겨워하는 친구를 보는 일은 마음이 무너지고 함께 가슴이 찢어지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한 동안 SNS에 음악 한 곡 올려 두었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내 친구와 바다를 사랑한 친구의 남편을 위한 내 나름의 추모곡이었지만 감히 위안이 되었을 리가. 오히려 슬픔을 더 불러오지 않았을까 조심스러웠다.
엊그제 TV를 보다가 김영옥 배우님이 부르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들으며 울컥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눈물이 많아 놀림도 받고 난감한 적도 많았는데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걸핏하면 눈물샘이 열린다. 팔순을 넘긴 그분의 진실한 인생이 담긴 노래 속에 말하는 듯 전하는 진심이 내 마음과 닿아 터져 버렸다.
친구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시간 속에 나도 날벼락 맞은 듯했었는데, 문득 그 시간이 고스란히 떠올라 티슈를 몇 장이나 뽑아냈다. 각자의 개인사로 뜸했지만 그 친구도 눈물을 쏟고 있을게 뻔했다. 오랫동안 망망대해 바다이기만 했던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보는 게 아프기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