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
아주 짧게 스쳤던 사람이거나, 기차 타고 지나다가 순간 와우~ 하면서 감탄하며 지나친 풍경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의외로 그것이 내내 더 생각나곤 할 때가 있다. 록키마운틴을 내려와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르는 코스로 계획되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거길 들어가면서 왜 그랬을까? 했다. 이렇게 짧게 보고 지나갈 호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며칠 머무르며 이쁜 호수가 내게 주는 평화를 충분히 누리다가 가고 싶어 졌다.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수많은 캠핑카가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니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어쨌든 캐나다 여행은 캠핑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나라였다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도 절경이라던 레이크 루이스를 보고 왔건만 침엽수림에 감추인 에메랄드의 아름다움이 나를 더 매혹한다. 호수를 바라보는 하늘과 그 물빛이 내 눈을 편안하게 안정시켜준다. 고도가 높아서 늦가을에서 봄이 끝날 무렵까지 얼었다가 여름에 잠깐 녹아서 빛의 정도에 따라 맑거나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 따라 물빛이 그린이나 연녹색으로 변한다는 호수. 아주 오래전 바닷속 화산이 분출하여 산에서 흘러내린 석회석 가루와 빙하기에 생긴 칼슘이 호수 바닥에 가라앉아 에메랄드 호수의 아름다움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문득 아주 오래전 보았던 영화 <보디가드>가 생각난 건 너무 뜬금없나?
...... 위기에 처한 레이첼(휘트니 휴스턴)의 스케줄을 모두 접고 프랭크(케빈 코스트너)의 아버지 집에 며칠간 머무르게 하는 장면이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호숫가 집이었는데 호수 주변이 마치 그곳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던 것이다. 보디가드인 프랭크는 그 와중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임무를 다한다. 그런데 그 호숫가 숲으로 침입한 괴한에 의해 언니가 피습을 당하고 팽팽한 긴장 속에서 주변을 살피던 그 호숫가의 잘생긴 케빈 코스트너와 눈 내린 호수...
이런 내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 생뚱맞게도 그런 장면이 느닷없이 떠올랐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 호수 나무 숲 속 어딘가에 프랭크와 같은 이성적이고 기대고 싶을 만큼 믿음 충만한 매력적인 남자가 하나 나타날 것 같은...
앞으로 내게 에메랄드 호수는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함께 할 것이므로 아마도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에메랄드 호수로 늘 기억될 것이다. ㅎㅎ~
Emerald Lake 통나무 표지판이 소박하다.
자연을 즐기라고 한다.
그들의 휴식...
유유자적~
에메랄드 물빛 위로 행복도 함께~
자연을 누리고 즐기며 그 자리에 그대로 잘 보존하는 것, 자연과 함께 가는 시간들~
어째서 그들에게만 이런 혜택을 주었나...
잠깐 둘러보는 여행이 아닌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너무나 흔한 곳,
그들처럼 호숫가에서 마음껏 지내다가 떠날 수 있다면...
아쉬움에 뒤돌아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