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불교문화도래지. 백수해안도로. 숲쟁이. 불갑사 꽃무릇...
'영광'이라 하면 우리 입에 저절로 따라붙는 말이 있다.
'굴비'
영광의 법성포엘 갔더니 아예 굴비 거리가 있었다. 기관 이름도 굴비골 농협, 굴비골 신협, 굴비골 마트...로 간판이 붙어있을 정도였다. 굴비 거리에 들어서니 바다의 갯내음과 소금에 절여진 굴비 냄새로 가득하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굴비가게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굴비는 고가의 생선으로 주로 선물용으로만 보던 것이 이곳에서는 이렇게 흔하게 즐비하다.
나와 같은 서민들은 일부러 사 먹기는 쉽지 않고 어쩌다 선물 받았을 때나 맛보던 영광굴비였다. 이젠 그나마 김영란법의 직격탄으로 소비가 위축되어 굴비가게가 부도가 나기도 하고 법성포의 옛 명성은 전보다는 희미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이전만 해도 굴비의 매출액이 감히 나는 숫자조차 기억할 수 없지만 아마 몇천억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그나마 내가 갔던 그즈음은 추석명절을 전후해서 모처럼 조금 분주해진 것이라고 한다. 위축된 어민들을 위해서라도 영광군에서도 굴비 거리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영광굴비의 위상을 되찾았으면 좋으련만.
굴비는 고려시대 영광에 유배를 당한 이자겸이 왕에게 소금에 절인 조기를 진상하면서 “선물은 보내도 굴한 것은 아니다.”라고 ‘굴비’(屈非)라 적어 보낸 것이 법성포 굴비의 유래라는 역사적인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이처럼 왕에게 진상할 만큼 맛이 좋은 생선이다. 조기를 염장하여 말린 특별한 식감의 굴비는 그래서 지금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밥상에서 대우받는 맛이다.
그러기에 정부나 기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로 영광굴비의 맛과 명성을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근의 함평 나비축제를 할 때는 여행객들이 모두 법성포로 넘어와서 굴비로 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럴 때는 지역의 굴비 음식점이 그 많은 여행객들을 수용하지 못할 정도라고 하니 이 또한 개선점이기도 하다. 여행 중에 맛있는 영광굴비 밥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다.
영광에 왔으니 굴비를 먹는 것은 당연한 일.
음식점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굴비만의 그 짭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그리고 차려진 밥상에는 여러 마리의 굴비가 구워져 나왔다. 또 다른 접시에는 간장게장도 있었는데 굴비 못지않은 맛이다. 여전히 모든 전라도 음식의 푸짐함과 맛깔스러움 덕분에 평소에는 조금 남기곤 하던 밥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 먹었다. 오래간만에 밥상의 대만족을 경험하며 신나게 먹었던 날이었다. 역시 밥도둑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소금기 묻어나는 굴비 거리의 냄새가 풍겨 나는 듯하다. 짭조름한 기운이 풍겨 나는 그 거리에 예전만큼의 위상은 어렵더라도 굴비 시장의 명맥은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영광의 법성포에선 굴비만큼 더 제맛을 내는 건 없을 듯하다.
*영광굴비 거리
*영광 법성 백제불교문화 도래지
*영광대교
*숲쟁이 꽃동산 탐방
*백수해안도로:건강 365계단, 노을전시관, 백암 전망대
*불갑사 꽃무릇
푸짐한 굴비 밥상엔 전라도 음식의 맛깔스러움이 가득하다.
대부분 짭짤한 음식이어서 먹고 난 후엔 입안이 불편한데 화장실에 일회용 칫솔을 준비해놓는 센스는 반가운 일.
적당히 잘 말리고 손질이 잘된 굴비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보리굴비에는 신기하게도 보리를 잔뜩 붙여놓았다. 보리가 귀했던 예전에 보리 보관 방법 중의 하나였다는 말이 있지만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천정에 매달아 놓고 바라만 보며 밥 한술 먹고 쳐다만 보는 옛이야기가 떠오른다.
(전화주문도 많고 현지에서 사게 되면 직접 배송지로 배달해 준다)
바닷가 쪽으로는 건조되지 않았거나 반건조된 생선들이 팔리고 있었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 부담 없이 먹을만할 듯.
이곳이 <모시송편>이 유명하다는데 이런 송편 가게가 아주 많았다.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 고구려 소수림왕 2년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백제는 그게 명확하지 않았는데 연구결과 영광 법성이 백제불교의 전래지라고 밝혀졌다.
특히 법성포를 통해 인도 스님 마라난타가 전해왔다 하여 이곳의 건축 스타일도 인도식의 느낌이 느껴진다. 간다라 양식의 불상과 미술 양식을 사찰 안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영광 법성 백제불교문화 도래지>
이곳을 여행하려면 불교에 관한 공부를 미리 하고 가면 좋을 듯하다.
사찰 주변에서 바라다 보이는 <영광대교>와 서해 앞바다
법성에서 홍농으로 넘어가는 산 허리의 능선에 조성된 느티나무를 위주로 하는 숲이다. 정상에 오르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매년 단오절(음력 5월 5일) 3일 동안 법성포 <숲쟁이>에서 서해안 최대 규모의 단오제를 연다고 한다.
영광굴비 밥상을 물리고 나서 해안을 따라가는 드라이브코스를 즐기면 좋을 듯하다
<백수해안도로>는 대표적인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국도 77 호서, 군도 14호선으로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백암리, 대신리 등지의 해안을 따라가는 도로이다
도로 주변에 노을전시관과 산책로가 있고 해안절벽 사이로 자리한 암초들이 볼거리다.
칠산바다의 정경은 노을이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이다.
불갑사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재빨리 식사하고. (해물파전이 특히 맛있었다)
불갑사의 꽃무릇은 불을 댕겨놓은 듯 온 천지가 붉다.
어딜 돌아봐도 가을이 한창인 시절이다.
바야흐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