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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26. 2018

그 섬에서 보낸 하루, 송이도(松耳島)

영광 법성포 향화도에서 한 시간 반








굴비의 짭짤한 내음이 풍기는 영광의 법성포 굴비 거리를 지나 향화도 선착장에서 배를 탄 것은 오후 두 시 반이었다. 송이도를 왕복하는 배는 하루 두 번 운행한다. 오랜만의 섬여행이다. 섬으로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배에 오르면 멀리 섬과 섬을 잇는 공사 중인 다리가 바다 가운데 보인다. 그리고 섬 주변에 양식장이 설치되어 배가 지날 때면 물살에 잔잔히 흔들리고 있다. 바다 위로 갈매기가 날고 갯내음 나는 바람이 시원하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이 지나고 송이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송이도(松耳島)

소나무가 많았던 섬, 그리고 사람의 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숙소 앞으로  펼쳐진 바닷가엔 매끈하고 동글동글한 돌들이 가득하다. 오랜 세월 파도와 함께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몽돌해변으로 잘 알려진 송이도의 바다를 비로소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섰다.


송이도엔 대중교통이라는 이동수단이 없다. 숙소 주인께서 직접 운행해주시는 트럭을 타고 좁은 산길을 달려 바다로 갔다. 섬인지 숲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숲이 울창하다. 달리는 숲길에는 왕소사나무 군락지가 있다.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인적이 드문 원시의 숲 느낌 그대로다. 무엇이 먼저랄것 없이 산과 바다가 함께 하는 자연 그대로의 섬은 더없이 아름답다.


트럭을 타고 넘어간 산아래엔 또 다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눈 앞에 좌우로 안마도와 석만도가 그 바다 위에 오롯이 올라앉아있다. 민머리 갯벌의 물 빠진 바다에 맨발로 들어서니 부드러운 촉감이 피부를 감싼다. 그곳에 자연이 만들어준 해식동굴이 태고의 이야기를 품은 듯 기다린다. 어두운 동굴 안에서 바라다보는 천혜의 바다가 꿈결처럼 아른거린다. 철퍼덕거리며 장난스럽게 마구 걸어보는 바다는 천연머드의 고운 질감이다. 갯벌 위를 걷는 것은 어린아이들만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맨발로 걷는 맛이 아... 행복하다


걷다가 뽀글거리는 갯벌의 숨구멍을 파 보면 백합조개와 대맛조개가 올라온다. 이곳의 특산물로 크기가 아주 실하고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끌개로 갯벌 위를 밀면서 조개잡기를 하며 해가 저물도록 놀았다. 어릴 적 바다에서 놀았던 풍경과 다 큰 어른들이 노는 모습이 다를게 무엇일지. 여행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속에서 지역 차이나 나이와 남녀 성별이나 부와 명예에 뭐 그리 차등을 둘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그저 다 똑같은 한낮 사람인데.  


저무는 해를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 본다. 주변에서 여행지의 밤을 즐기려는 소리가 들려온다.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술 한잔 부딪는 소리, 하얀 몽돌에 부딪는 파도소리... 숙소 뜰에 앉아 조용히 어둔 밤바다를 바라보다가 들어와 꿈도 없이 잠들었다.       


새벽의 바다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바람이 제법 차서 겉옷을 껴입고 몽돌 위를 걸었다. 발밑으로 돌이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해변이 앉으니 몽돌의 촉촉함이 느껴진다. 산아래 저편으로 캠핑하는 두 개의 텐트에서 비치는 불빛이 이쁘다.


조금씩 날이 밝아오고 마을산책을 나섰다.

길가 풀꽃과 나무의 아침이슬이 신선하다. 돌담 넘어 참깨 꽃의 보송보송한 솜털에 맺힌 이슬방울이 이쁘고 수백 년을 지켜온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가 든든하다. 몽돌 위에 핀 봉숭아 꽃잎을 따서 손톱에 물들일까,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와 나지막한 대문에 들어서고 싶게도 한다. 어촌 주민들이 잠들어 있는 마을에 이방인이 어슬렁거리는 모양새다. 담 너머로 얼른 사진 몇 컷 찍고 돌아 나왔다.


아침식사 후 떠나는 배를 타기 전 남은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숙소 주인장께서 또 다른 구경을 시켜주겠다 해서 트럭에 올라타고 산길을 달렸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분이어서 해박한 설명이 유익했고 재미있다. 자신의 수고로움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그분은 진정 송이도를 사랑하는 분인 듯싶다. 덕분에 딱 하루 머문 송이도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섬에 다시 와봐야겠다는 미련이 생겼다.


9시 50분 출항하는 배에 오르기 전까지 바쁘게 즐겨본 송이도의 하루는 섬 입구에 세워둔 표지석의 글귀처럼 자연도 사람도 아름다운 섬이었다.



        






추가 사진으로 조금 더 보기~

양식장의 풍경이 가지런하다.

송이도를 향하는 칠산 페리호에 오르니 섬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섬을 잇는 다리 공사 중~

칠산대교(七山大橋)는 전남 무안군 해제면과 영광군 염산면을 잇는 다리다. 2019년 개통 예정



송이도를 오가는 칠산 페리호는 하루 두 번 운행한다. 운행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오전 8, 오후 230(동절기는 조금 앞당긴다) *유진 해운 061 279 4222

향화도에서 송이도까지 요금은 8.200.


60여 가구가 살고 있다는 송이도 섬주민들이

생필품 등 잔뜩 장보기를 하여 싣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갯벌의 부드러움,

다시 밟고 싶어지는촉감~


물이 빠지면 소각이도까지 7km나 펼쳐지는 모세의 기적을 볼 수도 있다.
백합도 많지만 특히 맛조개가 풍부해 맛등이라고도 불린다. 백하새우와 참새우의 산란장이기도 하다.

썰물 때라서 마음껏 놀았던 바다.


갯벌이 주는 것은 어패류 등의 쏠쏠한 먹거리 수입원뿐이 아니다.

여유로운 사색, 혼자만의 시간, 바닷바람에 날려버리는 헛된 잡념들...


거길가면 누구라도 당장 즐길 수 있는 바다,

가만히 있어도 너무나 신나던 시간.


갯내음 나는 바다 먹거리로 가득한 어촌 마을의 집밥,

수수하면서도 정성어린 손맛이 느껴지던 맛있는 밥상,

고맙게 잘 먹었습니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밤바다.

북적임이나 뒤섞이지 않고  더없이 여유롭던 시간

여행 중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필수다.


송이도에는 여행자들이 묵을 펜션이나 숙소가 네 개 있다.

*흰몽돌송비치하우스 061 352 1935, 010 2804 1914

*송이섬펜션  061-351-9114  

*송이도친환경가족펜션 061-351-9114    

*송각민박   061-353-0031               


새벽 바다는 잔잔했다.


이곳의 일몰과 일출이 일품이라고 했다.

흐린 날씨 때문에 멋진 노을과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이른 새벽에 눈 앞에 바다를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대만족~ 


아이를 달래는 엄마처럼

가슴이 열린 바다


그는

가진 게 많아도 뽐내지 않는다.


줄게 많아도

우쭐대지 않는다.

 

이해인 님 시 중에서...



푸릇푸릇 풀냄새 날 듯한 산아래,

그리고 한쪽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곳,

캠핑족의 텐트가 이쁘다.


파도소리 들으며

밤이슬 맞으며 잠들기...

부럽다. 


어촌마을 산책하기

이렇게 기분 좋은 산책을 한 것이 얼마만인지.


도시가 가까이 있지만 문명의 손길이 덜 탄듯한 섬마을이 편안하다. 


몽돌 해안가를 산책하는 어르신,

그 바다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여행자.


혹시 다음에 또 온다면 삼각대와 ND 필터를 필히 지참할 일이다.


몽돌에 익숙한 송이도 사람들처럼

봉숭아도 그 돌 틈으로 선명하게 피어났다.


아침 산책으로

이런 산길이 있고

눈 앞에 아득한 바다가 있다는 것,

송이도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


뭍으로 나를 데려갈 배가 송이도항에 입항하고 있다.

출항시간 950(오후는 420)

송이도를 떠날 시간이다.


멀리 영광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전남에서 가장 높은 111m의 칠산 타워가 보인다  

송이도를 떠나 바다 위를 한 시간 반을 달린 배가 영광의 향화도에 다가간다.





https://50plus.or.kr/detail.do?id=9398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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