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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Dec 26. 2018

철새 날다, 주남저수지

일출 속의 새가 나는 풍경





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울철새들이 제철을 만났다. 우리나라에도 철새도래지가 몇 군데 있어서 일몰 무렵이면 새들의 화려한 군무를 보기 위해서 찾아가는 탐조객들이 많아졌다. 붉으스레 빛나는 석양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엄청난 무리들의 철새들이 산하를 휘젓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는 남쪽 지역의 특성대로 겨울에도 적당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어서 겨울 무렵이면 철새들이 이동해오고 있다. 또한 지자체에서도 겨울철새들의 서식환경을 보호하고 조성하느라 시책을 준비한다.        

어둠이 풀리지 않은 어둔 새벽에 도착한 12월의 주남저수지는 생각만큼 춥지는 않다.

저수지 주변과 둘레길을 천천히 걷다 보니 새벽 공기의 싸늘함이 기분 좋다. 길가의 풀잎이나 채소밭에는 빳빳한 서릿발이 새하얗다. 서리꽃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멋을 볼 수 있는 겨울 아침은 상쾌함 그 이상이다.

       

물논에 큰기러기들이 먹이를 쪼으며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간간히 두루미가 살짝 날갯짓을 한다. 큰 고니의 도움닫기도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던 쇠기러기는 가끔씩 고개 숙여 물속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이다. 노을 무렵 떼 지어 날아가는 웅장하고 거대한 새떼의 모습은 볼 수 없으나 군데군데 다정하게 무리 지어 있는 아침 풍경이 평화롭다.         

 

건너편 산등성이 너머로 하늘에 조금씩 붉은빛이 번진다.

그리고 빠르게 아침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새벽이 열리는 붉은 하늘에 무리 지어 나는 철새들의 비행이 여유롭다. 물논에서 노닐던 원앙과 백로가 아침해를 받아 붉은 반영 속에 잠겨있다. 말 그대로 철새들의 낙원이다. 온 산하가 일출의 붉은 기운을 받아 가슴 벅차게 설렘을 준다. 한바탕 일출의 잔치를 즐기고 나면 행복해진다.


몽골 북부와 시베리아에서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온 철새는 월동한 뒤 다음 해 3월이면 다시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되면 해마다 3만여 마리가 찾아와 겨울을 난다. 철새들이 월동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몫이다.
      

이제는 주남저수지 탐방 둘레길을 따라 억새를 보며 걸어볼 수 있다.

둘레길은 전체 7.5km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척박한 땅에 소박하게 피어나 가을을 멋지게 보내고 겨울길을 지키는 억새길은 지루하지 않다. 요즘 걷기 열풍에 힘입어 주남저수지 탐방 둘레길이 10월의 추천길로 선정되기도 한 걷기 좋은 길이다.  


한참을 걷다 보면 주남돌다리가 나온다.

800여 년 전 강 양쪽의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돌다리인데 자연 속에 그대로 스며드는 아련한 풍경이다.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다.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225호다.
     

주남저수지는 철새들이 연출하는 날갯짓과 군무뿐 아니라 돌아볼 것들이 많다. 입구의 람사르 문화관과 주남 생태관이 있어서 습지 보전의 중요성과 주변 생태 환경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자전거 대여도 하고 마라톤 코스도 있어서 골라서 즐겨볼 만하다.


새벽부터 주남저수지의 아침 공기 속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둘레길 걷기도 하면서 보낸 시간은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누리게 해 준다. 어둠이 걷히는 새벽의 고요함을 느끼며 거기 서있는 시간이 더없이 좋다. 일출과 일몰 속에서 화려하게 비상하는 철새들의 군무는 겨울에 더욱 즐길만한 풍경이다.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9268

 *주남저수지: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로101번길 26  //   055-225-2798  








추가 사진으로 조금 더 보기~

  다 가기 전에

  윤성학  


  수백 명의 재두루미들이 솟구쳐 오릅니다

  비밀경찰의 체포조가 지척에 다가온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봄이 포위망을 좁혀오면 겨울새들은 처소를 옮깁니다

  나는 그들이 추운 곳으로 왔다가

  다시 추운 곳을 찾아 떠나는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은회색의 날개들이 돌개바람을 만난 듯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습니다

  한참이나 색종이 뒷면처럼 반짝이더니

  떠오르면서 차례로 잿빛으로 변하는 것은

  날개 안쪽에 어둠을 감추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너무 오래 떠나 있어

  여기가 망명정부인지 본국인지

  그들은 이제 잊은 듯도 했습니다

  수백 번 윤무輪舞를 마치고

  몇 개의 무리를 지어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너무 오래 떠나 있어

  이것이 떠나는 것인지 돌아가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이가

  철새들뿐은 아니었습니다

  떠나기로 마음먹고도 오래 맴도는 것을 미련이라 부르던가요  


  모두 떠났습니다

  추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선택

鞍山백원기  


무서리가 내리려는 계절에

조용히 눈을 감고

지난 세월에 잠겨본다  


어느 길로 가야 하나

주저함도 없이

물 따라 종이배 되어 흘러가다

작은 돌에 걸려 멈췄을 때

.

.

중략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9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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