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생각만큼 자주 가보지 못하는 곳 중에 광주가 있다.
가끔 여행 중 지나는 길에 잠깐 들러서 간 적은 있었다. 또 아주 오래전에 광주 비엔날레를 구경하러 갔었다. 그땐 워낙 큰 행사이다 보니 정신없이 둘러보다가 온 기억이 있을 뿐 그 외에 딱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던 광주였다. 호남지역의 중심도시이며 이 나라 민주화의 초석이 되었던 광주가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그곳의 늦가을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며칠 전 <싸목싸목 문화 마실>이라는 이름으로 다녀왔다.
- '싸목싸목'이란 '천천히' (동작이나 태도가 급하지 아니하고 느리게)’의 전남 지역의 방언)이다.-백과사전에서.
전국이 일일생활권이라 하여 이 나라 어디든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다. 더구나 Ktx가 생긴 이후로는 더 빠른 이동시간으로 더 많은 볼 일을 보고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면 두 시간 이내로 광주 송정역에 도착한다. 그리고 단 하루 동안 싸목싸목 광주 문화 마실을 즐길 수가 있다.
서울역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달리는 차창 밖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이다. 설레는 여명이다. 새벽 6:30분에 출발한 Ktx는 두 시간이 채 안되어 광주 송정역에 도착한다.
광주 송정역에서 내리면 바로 맞은편에 지하철역이 있다.
역 건너편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골목 안에 맛집으로 소문난 국밥집이 있다.
미리 검색해서 찾아갔다.
<수요 미식회>의 명성에 걸맞는 맛을 제공한다.
고기가 푸짐해서 그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시원깔끔한 국밥 한 그릇으로 든든한 하루 시작.
광주 송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약 24분쯤 달려 문화전당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구도청 건물이 있고 민주의 종각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광주 원도심 여행을 시작한다.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5.18 민주광장, 동구청, 상점들이 밀집한 거리가 주변에 있다.
△5·18 민주화 기록관
옛 전남도청 분수대가 자리한 5·18 민주광장에서 모여 방문자센터·광주항쟁 당시 시민군 최후 항전지인 민주평화 교류원·어린이문화원·문화창조원·예술극장 등을 돌아보는 코스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하며 문화전당 건립 배경과 각 시설이 간직한 역사·의미, 현장에 설치된 공공미술작품을 소개한다.
http://www.518archives.go.kr/ // 062-613-8294
-그 참상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이 글 앞에서 심장이 멈칫했다.
그해 5월을 나는 조금... 기억한다.
그리고 광주에 빚진듯한 가볍지 않은 마음이다. 조심스럽지만 이렇게 돌아보는 것으로 느껴본다. 기록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때마다 마음이 내려앉지만 생생히 돌아볼 수 있는 세상인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다 돌아보고 나오는데 입구에 다시 몰려 들어오는 방문단체가 있다. 조금씩 그렇게라도 진실을 똑바로 알아가는 것 또한 필요하다. 당시 처절했던 역사의 현장을 간직하고 있는 오월의 기록.
아름다운 집의 특징은 입구의 첫 발걸음부터 기분좋게 시작한다.
안심, 평온, 여유, 휴식, 따사로움...
광주 오가헌(五街軒)은 방문자를 이렇게 맞이한다.
160여 년에 이르는 속 깊은 역사를 가진 기품 있는 한옥이 광주 도심에 자리 잡고 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집에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어 세상을 향해 열어놓은 전통문화공간이다.
품격 있는 식사와 차를 마실수 있고, 세미나, 전통혼례, 단체모임, 프라이빗 파티 등을 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게스트하우스 이용도 가능한데 깔끔한 룸에 아늑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탐나는 공간도 있었다.
한국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곳, 오가헌(五街軒).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
한옥 뜰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가을 분위기 나는 음색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 시간,
오가헌만의 행복이다.
△오가헌: 광주 동구 구성로 194번 길 24
www.ogaheon.co.kr // 062-227-5557
△금호 시민문화관
전통적 주거개념과 현대적 주택 설계가 조화된 양식으로 대가족이 살기 좋은 구조의 집이다. 넓은 마당에 숲을 이룬 나무와 꽃나무, 그리고 다양한 포즈의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정원은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주택 본채와 사랑채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어서 둘러보면서 힐링도 얻을 수 있는 쉼터다.
(금호그룹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생가였는데 '금호시민문화관'으로 지난 9월부터 개방하고 있다.)
*광주 동구 금남로 193-19
△화랑궁 회관
육회비빔밥, 수수한 듯 정직한 맛을 낸다. 특히 식후 누룽지가 구수하다.
이곳은 5.18 민주화 운동의 유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라고 한다. 5.18주먹밥 지원의 일화도 있던 집.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후 이곳에서 육회비빔밥을 먹어서 더 유명해진 집이다.
*광주 동구 구성로 204번 길 23 // 062-224-1800
△김냇과
상호만 보고 병원인가 하겠지만
차를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갤러리, 작은 도서관, 공연장, 숙박공간이 운영되는 광주의 문화공간이다.
광주 동구 구성로 204번 길 13 // 연락처 062-229-3355
△예술의 거리
예향 광주를 느껴볼 수있는 거리라 할 수 있다.
마치 서울의 인사동 느낌인데 길가에 조각품들이 전시되어있고 틈틈이 갤러리에 들어가 작품 감상을 하는 즐거움도 있다. 그리고 공예품을 만들고 배우거나 판매하는 이쁜 가게들도 있어서 여유롭게 걸으며 시간 보내기 좋은 거리다. 광주 동부경찰서 앞에서 중앙로까지 300여 m에 이른다.
광주 동구 예술길 24 // 062-608-2221
△아시아 문화전당 asia culture center
한마디로 대단한 문화공간을 광주시민은 가지고 있었다. 5월의 정신을 품은 빛의 숲이라는 의미로 설계된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다. ACC만으로 남녀노소 모두 소통하며 문화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가까이 두고 있는 광주시민들이 부럽다.
48000여 평의 워낙 넓고 볼거리도 많아 전문적인 도슨트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많은 것들을 활용하고 누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광주의 핫플레이스다.
ACC는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자원과 동시대 예술을 기반으로 융ㆍ복합 교육 콘텐츠 개발을 통한 문화예술 향유ㆍ창제작ㆍ체험의 장과 융합형 문화ㆍ예술 전문교육을 제공한다. 아시아의 문화 교류와 문화자원 수집·연구, 콘텐츠의 창·제작, 그리고 전시, 공연, 아카이브, 유통이 한 곳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세계적인 복합 문화기관이다. -홈페이지에서 https://www.acc.go.kr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 1899-5566
△비움 박물관
-여기 우리네 살림살이의 쓸모에서 멀어져 간 옛 물건들이 쓸쓸함과 그리움과 서러움의 몸짓으로 서 있습니다. 두텁게 묻은 땟자국 위로 떠다니는 가난은 이제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운 추억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에 버려진 민속품들을 숙명처럼 모아서 닦고 어루만지고 보관하다가 좁은 공간이나마 ‘세월의 장터’로 세웠습니다.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한반도에서 더불어 살다가 먼저 가신 이들의 솜씨와 맵시와 마음씨를 빛깔로 색깔로 때깔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텅 빈 아름다움에 물음표로 쉼표로 느낌표로 위로받고 가시기 바랍니다.-
한 여인의 세월이 스며있고 다사다난한 인생이 보이는 전시물을 끝없이 돌아보면서 감히 무어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비움 박물관 홈페이지 첫머리의 글을 담아왔다.
1층- 세월의 장터 겨울
2층- 세월의 장터 가을
3층- 세월의 장터 여름
4층- 세월의 장터 봄
각 층별로 눈의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질 만큼 빼곡한 전시품들은 산책하듯 하루 종일 구경하고도 남는다.
향수 어린 시간들, 그리움에 젖은 시간들을 흠뻑 느끼며 나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선물하는 곳이다.
비움 박물관 http://biummuseum.com/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143-1 (대의동 2-1) // 062-222-6668
△카페거리
카페와 베이커리가 잘 정돈되어 있는 거리인데 시간이 없어서 잠깐만 둘러보았다. 사람도 많지 않고 차도 없어서 이리저리 걸으며 이쁜 카페 구경으로 눈요기도 하고 맛도 즐기면 좋을 듯하다. 서울의 경리단길처럼 이곳 동명동에서 따온 동리단길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보라카이 식당
구시청 주변의 보라카이라는 이름답게 휴양지 느낌의 인테리어로 젊은 분위기의 '그릴 더 보라카이'
광주시의 청년사업 지원으로 진행된 매장으로 젊음의 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릴에 구운 고기와 소시지, 그리고 맑은 조개탕도 시원하고 개운하다. 보라카이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
종일 걷고 두리번거리며 즐겁고 감동적이고 때로 마음 아프고 맛과 멋에 취하던 하루였다.
동구지역을 걸어서 한 바퀴 돌며 광주를 만나는 시간은 이렇게 하루만으로도 가능하다.
당일로도 다녀올 수 있는 빛고을 광주의 매력은 지금도 마음속에 진하게 남아있다.
가을은 깊어가고 겨울이 다가온 광주, 그분들의 삶은 오늘도 계속된다.